부동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리고 가계의 유동성을 높여라.전문가들은 생애재무설계를 시작할 때 우선 가계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라고 조언한다. 주택마련 등에 몰빵식으로 투자할 경우 가계의 유동성이 취약해지고 거품붕괴 시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7대도시 700가구를 표본으로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보유 현황과 시사점'을 분석,13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총자산 중 부동산(주택 포함)이 차지하는 비중이 88.6%에 달했다. 거주주택이 83.4% 기타부동산은 5.2%였다. 반면 예·적금 보험 주식및 채권 직간접 투자 등 금융자산의 보유 비중은 10.2%에 불과했다. 재테크의 초점이 내집마련에 집중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은행이 이날 내놓은 은행대출 현황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조5500억원으로 중소기업대출액 11조400억원의 2배에 육박했다. 은행 돈이 생산현장보다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갔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주 주요 기업 직장인 936명을 대상으로 재테크 성향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세금폭탄에도 불구,50%에 가까운 463명이 향후 재테크 선호 1순위로 서슴지 않고 부동산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미국가계의 금융자산비중이 평균 35.7%에 달한다고 전제,우리나라도 부동산 편중 투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파이낸셜 플래너(FC) 등 재테크 상담 전문가들은 국토가 좁아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점을 감안하더라도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은 6 대 4가 적정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불안한 미래에 대비,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금융상품은 물론 안정된 노후를 위해 연금저축 종신(정기)보험 일반건강보험 등 3대 보험에도 미리미리 가입해 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조언이다. 단기간 내 집값을 모으겠다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30년 장기대출 등을 활용하라는 얘기다. 강창희 미래에셋증권 투자교육연구소장은 "자산구조가 특히 부동산으로 편중될 경우 일본처럼 버블붕괴에 빠져들면 매도조차 쉽지 않아 '땅많은 거지'들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춘수 조흥은행 PB강북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선 부유층일수록 부동산 비중이 높은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부동산 세금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제 포트폴리오를 완전히 새로 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가계자산의 포트폴리오는 이르면 1년,늦어도 2년에 한번씩은 재조정하라는 조언도 있다. 재무설계에 있어서 자산의 평가분석은 가장 중요한 사항 중의 하나이나,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기자산을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다. 가계경제의 장기목표와 단기목표,그리고 저축률과 지출항목별 구성비 등을 차분하게 따져 가장 급한 목표가 무엇인지 우선 순위를 정해 자금수요를 차근차근 충족시켜 나가야 한다. DNW금융컨설팅의 김남순 대표는 "기업체에서 1년에 한번 결산을 하듯 개인도 일정 기간마다 자산을 정확히 평가하고 분석해 보는 것은 자산을 불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