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문 변호사가 뜬다] (4) 일본 / 김용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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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일본 기업과 관련된 법률 서비스에 대한 국내 로펌의 몫은 감소하기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일본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용갑 변호사(38·사시 38회)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쳐났다.
지난 7년간의 변호사 생활 동안 업무의 70~80%가 일본과 관련될 정도로 꾸준히 한 분야에 집중해 온 경험에 근거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영미계 로펌이 주로 한국에 진출할 뿐 일본 로펌은 상대적으로 한국 진출 의지가 없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은 법률 체계는 물론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정서적인 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아 한국 변호사들이 일본 관련 일을 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 기업도 한국 로펌을 기피하지 않는 데다 법률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여서 한국 로펌들이 더 바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일본 전문가지만 김앤장에 들어갈 때만해도 김 변호사는 일본 글자인 '히라가나'조차 몰랐다.
일본쪽 일을 맡을수록 흥미를 느껴 이 분야를 파고 들었다.
일본 경제가 오랜 침체기에 빠져있을 때도 일본 관련 자문 업무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특허 관련 자문이 더 늘어났다.
국내 산업은 일본의 원천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일본 기업의 한국 내 법률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전문가로 자리를 잡아가자 회사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2002년 일본 로펌의 수위권을 다투는 모리하마다마쓰모토에 연수를 다녀온 데 이어 2003년에는 규슈대학에서 국제관계법으로 석사학위를 땄다.
대부분의 로펌 변호사들이 미국 로스쿨로 유학 가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행은 이례적이다.
석사학위를 딴 뒤에는 역시 일본 최대 로펌 중 하나로 꼽히는 나가시마오노쓰네마쓰에서 6개월간 연수를 겸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일본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있는 데다 한류와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 바람이 겹쳐 법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의 상담 문의가 끊이지 않는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일본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때 특히 주의할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사람들이 첫인상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과 기업 간 법률 분쟁의 변화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고객에게는 업무를 맡은 초기에 정성을 들여 일처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이 소송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추세를 알아야 합니다."
최근 몇년간 계속됐던 한·일 전자업계 간 특허 분쟁에서 이 같은 경향이 드러난다.
한국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가 많아지고 법적 대응의 수준도 높아지는 등 기술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에서 일본 기업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엔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일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보자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서로 간의 특허를 공유할 수 있도록 협상을 펼칩니다."
특허분쟁에서는 상대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능력보다는 상호 타협점을 찾아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한국과 일본 기업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해 협력 관계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글=유승호·사진=김병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