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건비가 우리보다 비싸기는 하지만 원·엔 환율 하락 덕택에 일부를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높은 생산성과 안정된 노사관계,'메이드 인 재팬'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한국이나 동남아,중국보다 일본에 공장을 짓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합니다." 경북 경산시 진량공단에 있는 의료기기 전문기업 자원메디칼(대표 박원희)은 13일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일본에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을 제조기지로 활용해왔던 투자 관행을 뛰어넘은 역발상의 경영전략인 셈이다. 이 회사는 일본 현지법인 오와메디칼을 통해 연내 일본 후쿠오카에 2000평 규모의 자체 생산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이미 공장 부지를 확정한 상태이며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일본에서 생산할 제품은 대당 가격이 3000만∼4000만원에 이르는 체지방 분석기와 350만원대의 병원용 혈압계.일본 현지는 물론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서 팔 예정이다. 자원메디칼은 이미 4년 전부터 후쿠오카에 100평 규모의 공장을 임대,체지방 분석기 등을 조립해오며 본격 생산에 대비해왔다. 자원메디칼이 동남아 국가 대신 일본을 '제2의 생산기지'로 결정한 데에는 원화가치 상승과 일본 근로자들의 높은 생산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도쿄를 제외한 다른 지방은 한국 본사와의 인건비 격차가 25~30% 수준에 불과하다. 박원희 대표는 "한국과는 달리 20대 인력들이 제조업체 취업을 꺼리지 않는다"며 "젊고 우수한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니까 자연스럽게 좋은 품질의 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메이드 인 재팬'으로 승부할 경우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고급' 브랜드로 인식돼 좀 더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며 "제 값을 다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일본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가 국내 시장(2조3000억원 추정)의 5~6배에 이른다는 점도 고려됐다. 생산 패턴이 전혀 다른 한국과 일본의 장점을 섞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한 몫을 했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는 3개월이면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비해 일본의 경우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데 1년6개월 정도 걸린다"며 "한국의 '속도'와 일본의 '정밀함'이 만나면 최상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원메디칼은 지난해 전년 대비 23.5% 늘어난 1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영업이익(32억6100만원)과 순이익(24억9000만원)도 동기 대비 각각 56.5%와 46.3% 늘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