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글로벌화의 엔진이 장애물에 직면했다'는 기사를 통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던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가 암초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보호주의 득세로 글로벌화 제동


글로벌화에 제동을 건 힘은 외국자본으로부터 자국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이른바 경제애국주의 (Economic Patriotism). 아랍에미리트 국영기업 두바이포트월드(DPW)가 미국 의회의 반대로 미국 항만 운영권 인수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에너지 회사 수에즈에 대한 이탈리아 기업의 인수를 프랑스 정부가 저지한 것을 비롯 스페인 폴란드 등도 외국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를 가로막았다.


안보에 위협을 주거나 국가 기간산업은 내줄 수 없다는 국수주의가 높아진 탓이다.


유럽의 경우 무슬림이나 동유럽 등에서 저임금 근로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일자리 상실 우려가 높아진 것도 기간산업분야의 보호주의를 자극하는 빌미가 됐다. 테러 때문에 생긴 단순한 '외국인 혐오'가 아니라 일자리 안보 위협이 겹쳤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구람 라잔도 "선진국 근로자들 사이에 다른 나라의 비숙련 노동자들한테 자기 일자리를 뺏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이 KT&G 를 공격하는데 대해 한국에서 '외국자본 저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과 볼리비아 정부가 외국자본이 장악한 주요 기업들을 다시 국유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도 보호주의의 사례라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글로벌화의 이점이 위협받아


주류 경제학자들은 글로벌화가 △국내 산업에 외국의 자본과 전문가를 끌어들이고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키고 △보다 효율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만든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다른 국가의 기업 간 활발한 M&A가 이 같은 글로벌화의 이점을 확산시킨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각국의 보호주의가 지속될 경우 상호의존을 통해 조화로운 성장을 모색하는 세계경제를 파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다. 미국의 경우 보호주의 득세로 외국자본의 유입이 줄고 그로 인해 금리가 상승하면 성장률도 둔화될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부족한 저축을 메우기위해 매주 100억달러 정도의 새로운 외국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글로벌화의 이점이 전 국민들에게 고루 확산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볼리비아에선 1980년대 IMF의 정책자문을 받아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외국자본에 소유권도 넘겨 남미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했지만 그 혜택이 일반 근로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아 빈부격차만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화의 장점을 내세워 외국기업을 인수하려는 다국적 기업들과 이들을 저지하려는 애국주의 세력 간의 갈등으로 세계경제의 성장 엔진은 커다른 시험대에 올랐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