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미국의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측의 공격을 받고 있는 KT&G의 백기사로 나선다. KT&G의 중·장기적 경영권 안정을 위해 범 금융권을 규합한 펀드를 조성,우선 KT&G가 갖고 있는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업·우리은행,백기사로 나서 KT&G는 13일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이 결성한 'KT&G 성장위원회'(가칭)로부터 실사를 요청하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KT&G 성장위원회'란 이름은 이들 은행이 칼 아이칸과 워런 리히텐슈타인 등이 결성한 'KT&G 가치실현위원회'에 맞선다는 뜻에서 나왔다. 'KT&G 성장위원회'는 향후 실사를 거쳐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다양한 KT&G 성장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자사주 매입이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있다는 가정하에 투자를 검토하는 것이어서 실제 지원 여부는 실사가 끝나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은행은 위원회에 참여를 원하는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측이 '토종자본 연합론'을 제기했던 만큼 다른 국내 금융회사와 투자기관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도 "국내 금융회사를 규합한 범 백기사 펀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들 은행이 자사주를 매입하더라도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오는 17일 주주총회 결과를 확인한 다음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총이 끝난 후 아이칸측이 임시 주총을 요구하거나 지분 확대,공개 매수 등 인수·합병(M&A) 의도를 드러낼 경우 자사주 매입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힘을 합쳐 자사주 전량(9.76%)을 매입하게 되면 KT&G의 우호 지분은 50% 선에 육박하게 된다. 국내기관 보유 지분에 10%가량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우호 지분을 포함한 수치다. 자사주 매각엔 프랭클린 뮤추얼펀드를 포함한 외국계 주주들의 반발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막판 세몰이 치열 KT&G와 아이칸측은 주총을 앞두고 막판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양측은 각각 조지슨 셰어홀더와 이니스프리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외국계 주주를 대상으로 주주 성향을 파악하고 부동층을 대상으로 의결권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조지슨 셰어홀더와 이니스프리는 미국계 SID(주주판명조사) 전문업체로 이 부문 세계 선두권 업체다. 이들 업체는 미국의 증권예탁결제원에 해당하는 DTC 등을 통해 펀드 목록을 조회하고 해당 펀드의 기관투자가와 참여 기관 등을 확인해 조사를 벌이는 업무를 수행한다. 외국계 펀드의 실질 주주가 누구인지와 이들의 특성,소재지 및 의사결정권자 등을 파악해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 KT&G는 조지슨을 자문사로 확보함에 따라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우리투자증권을 포함한 국내외 자문 라인을 구축했다. 아이칸측에는 이니스프리 외에 타임워너 공략 당시 자문을 맡았던 미국계 금융자문회사 라자드가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