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영전문대학원(비즈니스스쿨) 10여개를 집중 육성,토종 경영학석사(MBA)를 키우기로 했으나 교수 요원인 경영학 박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벌써부터 교육 부실화가 우려되고 있다.


13일 교육인적자원부와 학계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전국 16개 대학이 올 9월과 내년 3월 비즈니스스쿨을 설치하겠다며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대부분 대학이 교수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6개 대학이 신청한 비즈니스스쿨의 학생 수는 2569명.'교수 1명당 학생 수 12.5명 미만'이라는 허가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210명이 넘는 교수 요원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한 주요 해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력 자체가 적은 데다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연봉을 이유로 국내보다는 해외,대학보다는 기업을 선호하고 있어 '경영학 박사 품귀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학술진흥재단에 신고된 연간 해외 경영학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1993년 90명에 달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50명 선을 유지하다 지난해 급기야 30명 선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대학이 전임교수를 채용하기보다는 외부 전문가를 겸임교수로 영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대는 2학기 교수 채용에서 25명을 충원하려고 했으나 8명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경쟁률은 4 대 1이 넘었지만 영어 강의 능력,연구 실적,전공 분야 등을 두루 갖춘 인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세대 경영대도 4명을 채용하려 했지만 1명을 선발했을 뿐이다.


홍익대 MBA과정 개설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형욱 교수는 "7월까지 교수 인력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예전처럼 명문대 출신 교수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어떻게 해서든 교수진은 확보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선 세계 유수 비즈니스스쿨과의 경쟁은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지금으로선 커리큘럼은 손도 못 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수진을 어느 정도 확보한 대학도 MBA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영어 강의 가능 교수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외국인 교수를 초빙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1998년 문을 연 한국개발연구원(KDI) MBA스쿨은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고 있지만 전체 교수 32명 중 외국인은 3명에 불과하다.


KDI는 지난해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금융분야를 전공한 외국인 경영학 박사를 채용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고려대도 올 2학기 교수 채용에서 8명의 외국인 교수를 뽑으려 했으나 1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성균관대는 연봉을 미국 현지 수준으로 맞춰주고서야 외국인 교수 4명을 채용할 수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메이저 대학을 제외하곤 MBA과정에 필요한 교수 인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일부는 교수진을 확보하지 못해 최종 인가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윤·문혜정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