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파문'을 뒤로 한 채 지난 6일 아프리카 순방길에 나섰던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오전 귀국함에 따라 노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노 대통령은 아프리카를 순방한 7박8일동안 국내의 언론보도와 여당 내 기류 변화 등을 수시로 보고받았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만큼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때 이 총리의 유임 쪽에 무게를 싣기도 했지만 내기·황제 골프 문제로 야당은 물론 여당마저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노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안은 이 총리의 사퇴를 즉각 수용하는 안이다. 악화된 국민 여론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이 총리를 내세워 분권형 국정운영을 실험해온 노 대통령으로서는 내키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 총리 퇴진은 국정 운영의 일대 변화를 예고한다. 이 총리를 물러나게 하면 새 총리를 지명해야 하는데 대안이 마땅치 않은데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을 거치는 것도 노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거론되는 대안이 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되 지방선거 후 대대적인 당정쇄신을 명분으로 이 총리체제를 선거때까지 끌고가거나 부총리 대행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당장 새 총리 임명과 청문회 부담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총리 사퇴가 어차피 정권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예상 밖의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방선거 전에 여당을 탈당해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안이다. 노 대통령은 이미 눈앞의 선거보다는 초당적 국정운영을 토대로 중장기 국정과제에 전념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특히 탈당한다면 노 대통령은 지방선거 패배에 따른 정치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시에 탈당카드는 노 대통령이 중립적 입장에 서게 됨으로써 반노정서가 선거 전에 영향을 미칠 수 없어 지방선거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희망을 걸었던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까지 물건너가 코너에 몰려 있는 여당에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수도 있다는 의미다. 반론도 없지는 않다. 야당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정치풍토에서 여당의 뒷받침마저 받지 못한다면 남은 임기 2년여동안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자칫 조기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바에야 이 총리를 유임시키자는 역발상이 최후의 카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정치권 전체에서 불어올 후폭풍을 감당하기 쉽지않다. 이래저래 노 대통령의 고민이 더 깊어가는 이유다. 알제(알제리)=허원순 기자·이재창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