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마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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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해본 사람이나 결혼해서 살아본 사람들은 다 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싸움이라는 게 애당초 큰 일 때문에 벌어지는 경우는 극히 적다는 걸.실제 애인이나 부부간 불화의 발단은 대개 기념일 챙기기나 여자에 대한 남자의 관심 표명 같은 사소한 일들이다.
싸움의 과정이나 내용은 비슷하다.
"알아서 좀 하지." "말을 해야 알지." "그만큼 눈치를 줬으면 알아야지,꼭 말로 해야 해." "미처 생각 못할 수도 있지.가만 있다 섭섭하다고 하면 어쩌란 말이야." "한두 번도 아니고 번번이. 무심한 것도 정도가 있지." "별 일 아닌 걸 갖고,참."
앞은 여자,뒤는 남자다.
남자쪽에서 빨리 "미안하다"고 하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태는 심각해진다.
얘기가 길어지면서 여자쪽에서 과거 서운했던 일을 꺼내놓기 시작하면 애인끼리는 십중팔구 "이제 그만 만나자"로 이어지고,부부끼리 또한 산다 못산다 하곤 한동안 소 닭 보듯 하는 지경에 이른다.
문제는 마음 읽기다.
남자는 왜 여자의 마음을 읽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여자들은 남자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의 마음도 읽는다.
직접 만났을 때는 물론 전화 목소리만 들어도 상대가 기분 나쁜지 당황하고 있는지 금세 알아챈다.
그러니 여자들이 울거나 화를 내야 겨우 무슨 일인가 하는 남자들에게 울화가 치밀 수밖에.
남자는 남자대로 "눈치껏 하라"는 여자의 속마음을 몰라 답답해 한다.
남녀는 여러모로 다르지만 특히 감정 파악 능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돼 있다.
여자는 주변 시야가 남자보다 넓고,동시에 두 가지 일을 못하는 남자와 달리 앞사람과 얘기 도중 옆사람들 대화를 듣는다고도 한다.
고객의 마음을 읽는 감성 경영이 뜬다는 가운데 국내외 여성 CEO들의 성공요인이 '소비자의 욕구 판단 능력'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남자가 여자같을 순 없지 않느냐." "마음을 꼭 표현해야 하느냐,쑥스럽게"하지 말고 여자의 마음을 읽어볼 일이다.
여자가 이벤트를 원하는 건 그게 마음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때마침 화이트데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