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헌법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4차 전체회의가 14일 끝났다. 미국의 위안화 인위적 절상 요구를 분명하게 거부했고 외국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을 폐지할 목적으로 마련한 기업소득세법 개정안은 보류됐다. ◆위안화 시세는 시장이 결정 원자바오 총리는 폐막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7월 위안화 절상 때처럼 불시에(出其不意) 일시적으로 위안화를 절상하는 일은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의 탄력성을 높여나가겠지만 현 시스템에서도 위안화가 스스로 오르고 내릴 공간과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의원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절상을 외면한 것이다. 전날 대비 위아래 0.3%로 정해진 환율변동폭 확대도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이 다음 달로 예정돼 있지만 정치적 흥정은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위안화는 달러당 8.0470위안 수준이다. 미 의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양극화 해소에 주력 중국 정부가 설정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는 8%로 지난해 9.9%에서 1.9%포인트 낮은 것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에서 "성장속도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며 "극빈층을 상대로 한 사회구조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핵심은 9억명의 농민을 끌어안기 위한 신농촌 건설이다. 올해 중앙재정 지출 증가액의 21.4%가 신농촌 건설에 집중될 정도다. 중앙의 신농촌 건설 올해 예산은 3397억위안(약 42조4625억원)에 달한다. 신농촌 건설은 중국에서 빈부격차 확대를 빌미로 자본주의식 개혁파를 공격하는 사회주의 좌파의 목소리가 일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기업소득세법 개정안 보류 외자경계론은 확산되고 있다. 리더수이 국가통계국장은 "다국적기업이 시장 독점을 위해 시도하는 적대적 인수합병을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안전기본법과 반독점법 조기 제정을 촉구하는 건의안이 제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기업소득세법 개정안은 8월 상무위원회에서 심의키로 했다. 이 법안은 외국기업 15%,중국기업 33%인 법인세율을 24% 수준으로 통일하는 것. 전인대 전체회의를 반드시 통과해야 시행되는 이 법은 예상과 달리 이번 전체회의에 올라가지 못했다. 8월 상무위 심의 후 내년 전체회의를 거쳐 2008년께 시행될 공산이 커졌다. 외자경계령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외자의 반발을 의식,다소 미루지 않았느냐는 추측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중국법인에 파견된 삼일회계법인의 김창익 회계사는 "이 법안이 보류됐지만 외자우대 축소 목소리가 꺾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