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렬 < 한국외대 교수·중국경제 > 지난 5일부터 열흘간 열렸던 중국의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제4차 회의가 14일 폐막됐다. 이번 전인대는 제11차 5개년 경제계획의 첫해 봄에 개최됐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의 경제 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주목받았다. 전인대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은 도농(都農) 빈부격차 해소와 거시경제 관리, 대외경제, 에너지 및 자원정책, 제도개혁, 대만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중국 전인대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추인하는 형식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농촌 문제나 거시경제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인의 불안과 불만을 안정시키기 위한 설득의 기회로 전인대를 활용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인터넷과 매체를 활용해 전인대 개최 내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이에 대한 수십만개의 인터넷 댓글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등 시종일관 민의를 수용하는 저자세를 취했다. 무엇이 사회주의 중국 정부를 이토록 전전긍긍하게 만들었을까? 중국 정부가 최근 수정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경제는 1978년부터 2004년까지 27년 동안 연평균 9.6% 성장했다. 세계 최고의 성장 속도다. 2005년 중국은 9.9%의 성장과 1000억달러의 무역흑자, 소비자 물가 상승률 1.8%를 기록해 소위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현란한 숫자의 잔치 속에 가려진 중국경제의 구조적 이상 징후가 심각하다는 데 있다. 우선 2003년 이후 거시경제 성장 속도가 과열기에 이어 하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10% 수준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1.8%에 머물고 있는 소비자 물가는 중국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내수 부진과 주민들의 소비 감소를 겪고 있는지 보여준다. 결국 25%를 상회했던 지난해의 설비 과잉투자는 경제 성장에는 기여했으나 기업의 이윤 감소와 경기후퇴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정부가 올해 성장 목표치를 8%로 낮춰 잡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8500억달러 수준에 이르는 외환보유액과 무역흑자의 증가, 중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 등으로 인한 인민폐(RMB)의 평가절상 압력은 중국 정부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올해 중국 화폐의 환율 하한선은 홍콩달러 환율인 1달러 당 7.8위안 정도가 될 것이다. 한편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중국 전국적으로 0.45 수준으로 이미 경계수위를 넘어섰으며, 일부 대도시 지역의 경우에는 0.5를 초과해 적색경보 구역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거듭된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WTO 개방으로 인해 지역간 경제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불안과 노사분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8년 동안 급격히 팽창해 온 중국경제는 이제 한꺼번에 성장통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도 향후 중국경제를 괴롭힐 것은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기업리스크이다. 중국정부는 의욕에 비해 재정이 취약하고, 거시경제 관리 정책 역시 그 효과가 매우 불확실하다. 이번 전인대에서 보여준 중국 정부의 저자세와 신중함은 이와 같이 녹록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이번 전인대의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중국은 정부 주도형 분배와 농촌경제 개혁, WTO 틀 속에서 무형의 보호주의 지향 등의 정책을 강화할 것이다. 이 경우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 증폭에 따라 중국진출 우리 기업의 리스크 증가가 우려된다. 제조업은 중국 내수 침체와 임금 상승, 노사분규, 무역마찰로 인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IT 및 자동차 산업은 중국시장의 급작스런 수요 변동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반면 WTO 시장개방에 따라 금융과 서비스업의 중국 진출은 실기하지 말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