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식 과학기술 부총리를 초청한 가운데 15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연구개발(R&D) 성과확대와 이공계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방안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연구성과에 대해 엄격하게 평가해 R&D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 R&D 투자를 활성화할 것을 주문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송혜자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은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안식년을 맞아 중소기업에 근무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송대희 감사원 평가연구원장 =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비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보다 높다.

투입은 많은데 질적인 면에서 뒤지는 것이다.

연구성과의 98%가 성공했다고 나오는 온정주의적인 R&D 평가문화가 문제다.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 = 정부가 올해 R&D에 9조 예산쓴다는데 항간에는 그거 못받아먹으면 바보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98%의 연구가 만족스럽다는데 누군들 못받아먹겠나.

▲김 부총리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 연구비 투입에 대해 단순하게 수치 비교만 해선 안된다.

이들은 기술개발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길다.

축적된 기술이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 차이를 인정하고 연구비를 더 쏟아부어야 한다.

R&D 평가는 새로 설립된 감사원 평가연구원이 그 잣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과거처럼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논문 발표건수로 따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논문의 질이 문제다.

1건이라도 세상을 뒤집을 만한 내용이면 그렇지 않은 수천편 보다 낫다.

문제는 논문의 질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과학 학회에서 엄정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감사원이 이를 참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 = 논문의 질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한다.

학회지의 경우 적정한 기간 내에 발간됐나,편집경력이 얼마인가 등 수량적인 면만 평가되는데 이는 바뀌어야 한다.

▲유희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정부가 R&D 예산을 늘린다해도 현재 R&D 투자의 75%가 민간부문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삼성과 LG를 제외하고는 1998년 이후 민간 R&D 투자가 답보상태다.

IMF 이후 금융시스템이 과거 이해당사자 중심에서 주주중심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이 도와줘야 민간 R&D가 산다.

▲김일섭 다산회계법인 대표 = 금융회사들이 민간 R&D에 지원을 잘 안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R&D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구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면 바뀔 것이라 본다.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부의 R&D 통합조정이 연구개발의 독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민간기업은 오히려 의도적으로 중복연구를 통해 경쟁을 도모하기도 한다.

▲송혜자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과학기술을 대중화하고 효율성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출연기관의 연구성과물을 데이터베이스(DB)화할 필요가 있다.

출연기관의 연구성과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DB화가 잘 안돼 기업들이 기술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 중소기업의 R&D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출연기관 연구원들이 안식년에 외국에 나가는 대신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김 부총리 = 연구성과물의 DB화에 대해서는 적극 공감한다.

과학기술혁신본부 차원에서 철저히 해나가겠다.

중소기업 인력난 해결을 위해서는 퇴직 전문기술인을 중소기업에 소개하는 '퇴직 연구원 중계센터'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공동으로 설립할 계획이다.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 : 과학기술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지식재산권에 대한 제도가 미비한 편이다.

▲김 부총리 : 법과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국회에서 법령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답답한 면이 있다.

과학기술 법안은 통과되는 즉시 과감히 진행토록 하겠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 : 이공계에도 경영학을 접목시켜야 한다.

과기부에서 대학에 경영학 프로그램을 심어줘야 한다.

▲김 부총리 : 그래서 도입한 것이 공학교육 인증제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학교육 인증받은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은 혁명적인 일이다.

윤종용 부회장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김종욱 우리금융 부회장 : 우리나라는 말로만 이공계가 중요하다고 하고 실제로는 과학기술인을 우대하지 않는다.

일본은 만두든 유리잔이든 뭐든지 제일 잘 만드는 사람을 '니뽄이치'(일본제일)라 부르며 존경한다.

그러나 한국은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홀대받는다.

▲김중웅 현대경제연구원 회장 : 장인정신의 가치를 국민들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제2의 새마을운동이 필요하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 : 다행스러운 점은 요즘 학생들이 엘리트층의 경우 과거보다 오히려 수준이 높다.

한국이 외국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높아 하위권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OECD 산하 평가기관인 피사(Pisa)의 세계 청소년 평가에서도 우리나라 중·고생들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최홍식 한국금융연구원장 : 경제학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것 하나는 확실히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은 인센티브에 의해 움직여 간다는 것.과학자들이 스스로 인정받느냐 느끼는 것도 결국은 경제적인 문제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정리=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