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광인 공무원 정광수씨(38)는 야구에는 관심이 없었다. 경기가 3~4시간씩 길어지면 지루한 경기를 왜 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들이 야구 게임에 빠져 있어도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런 정씨가 확 달라졌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팀이 연일 선전하자 만사 제쳐놓고 중계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물론 아들과 함께 야구게임을 하며 "배영수 그대로 갈래? 오승환 내보내"라고 훈수까지 할 정도가 됐다. WBC에서 한국팀이 6연승하며 준결승까지 오르는 사이 야구 게임의 인기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정씨처럼 야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야구에 맛을 들이면서 야구 게임 접속량이 빠르게 늘어났다. 특히 한국이 미국을 격파한 지난 14일과 일본을 꺾은 16일 오후에는 야구게임 접속자와 다운로드가 폭증해 'WBC 특수'를 실감케 했다. 게임빌이 서비스하는 모바일게임 '2006 프로야구'의 경우 이달 들어 하루 매출이 지난달에 비해 40%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한국이 승리한 날엔 하루 평균 2000건 안팎이던 다운로드 건수가 3300건에 달하기도 했다. 무려 65%나 늘어난 셈이다. 한빛소프트가 작년 말부터 서비스하는 야구게임 '신야구'도 마찬가지.WBC 개막 전까지 하루 1만2000명이던 동시접속자 수가 일주일 새 3000명 늘어났다. CJ인터넷이 지난 9일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야구게임 '마구마구'도 한국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접속자 수가 20% 이상씩 쑥쑥 늘어났다. 모바일게임이나 온라인게임뿐만 아니다. EA코리아가 공급하는 PC·콘솔게임 'MVP 베이스볼 2005' 역시 주문이 몰려 물량이 달릴 정도다. 이 회사 홍보팀의 갈민경 과장은 "이달 들어 판매량이 4배로 늘었다"며 "예상하지 못한 대박"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