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심부에 있는 종로구는 강북 최대 중산층 주거지역인 노원구보다 재정 지표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우월한 입장에 있다. 그러나 재산세 인하를 둘러싼 이들의 행보는 수치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최근 서울·수도권에서 재산세 인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25개 서울 자치구 중 재정수요충족도(인건비와 시설유지비 등 꼭 필요한 비용을 자치구 자체 수입으로 충당할 수 있는 비율) 5위로 상위권에 속하는 종로구는 17일 재산세 인하 불가방침을 밝혔다. 종로구 관계자는 이날 "내리고 싶어도 재정 여건상 그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종로구 내에 있는 청와대 정부중앙청사 고궁 등은 '짐'만 될 뿐이다. 지방세 부과대상이 아닌데도 관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전체 면적(24㎢)의 67%가 이런 비과대 부동산이다. 더구나 종로구로 몰리는 각종 시위나 거리 행사 등도 재정 압박 요인이다. 행사가 끝난 후 청소 등의 비용은 구청의 몫이다. 이 때문에 종로구의 환경미화원은 다른 구(100명 내외)의 2배 이상인 218명에 이른다. 방범대원도 105명으로 다른 구에 비해 3배 가까이 많다. 이런 높은 비용 구조에도 불구하고 재산세의 증가 폭은 미미하다. 주택 4만2000여가구를 포함,업무빌딩 상가 등 전체 7만여개의 재산세 부과대상 물건 가운데 재산세 증가율이 높은 아파트는 6200여가구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종로구는 지난해 1656억원(일반회계 기준)이었던 예산을 올해 1543억원으로 줄였다. 신승택 기획예산과장은 "도로 개설,복지관 건립 등 신규 사업은 단 한 것도 책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재정 수요 충족도 22위로 하위권인 노원구는 오는 6월 부과되는 재산세율을 20% 낮추기로 했다. 구내 주택의 85%가 기준시가 상승률이 높은 아파트인 데다 다른 자치구들이 재산세 인하에 나서고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노원구는 이번 재산세율 인하로 올해 재산세수가 227억원 내외로 작년보다 7.7%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2005년도에 비해 줄어드는 재산세는 구유지 매각 등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노원구의 재산세 인하 결정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재산세를 낮춘 곳은 19개구로 늘어났다. 서초구 등 14개 자치구는 지난해 낮춘 재산세율(탄력세율)을 올해 그대로 적용하는 게 확실시된다. 송파,강남,강동,동대문구 등은 올해 새로 20∼30%씩 재산세를 깎아줄 예정이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