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의 회사정리법과 화의법,파산법,개인채무자회생법 등 도산(倒産)관련 4개 법을 하나로 묶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이 다음 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부실기업 회생 기회가 확대되고,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이 가능해져 기업인수ㆍ합병(M&A)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또 개인도 빚 갚을 능력만 있으면 파산을 피하고 신용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것은 바람직하다. 통합도산법은 특히 '기존 경영자 관리인(DIP)제도'를 도입,중대한 부실책임이 없으면 기업사정을 잘 아는 기존 경영진이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많은 부실 기업주들이 경영권을 뺏길 것을 우려해 회사정리절차를 밟는 것을 꺼려온 게 사실이고 보면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기업을 되살릴 수 있게 한 것은 보다 현실적인 조치라고 할 만하다. 법원이 채권자들의 가압류 행위를 한꺼번에 금지할 수 있게 한 '포괄적 금지명령제'도 기업주가 채권자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기업회생에만 전념하도록 보장한다는 점에서 크게 도움이 될 게 틀림없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 법 시행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 또한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걱정되는 것이 도덕적 해이의 문제다. DIP제도가 남발될 경우 자칫 부실 기업주의 경영권 보호조치를 악용한 재산 은닉 등으로 과거처럼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사는'식의 비리가 재연될 소지도 없지 않다. 개인파산과 개인회생 신청자의 권리를 크게 강화한 채무자 보호제도도 남용(濫用)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같은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는 철저한 후속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일시적으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살리고,성실히 일해 빚을 갚겠다는 선의의 채무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재산을 빼돌리는 등 제도를 악용할 소지는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판단해 회생과 파산 절차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개인회생도 법원이 채무자의 상환능력과 의지를 엄정하게 판단하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의 발생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법원의 심리역량을 높이고 제도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대책마련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