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평범한 샐러리맨 가계보다 재무부실이 더 심하다." 소득이 많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은 재무설계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파이낸셜플래너(FP)들은 의사들의 경우 수입이 많다보니 지출 통제가 안 돼 은퇴 계획을 제대로 준비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전한다. 박성호 PCA생명 리스펙트지점 지점장은 "특히 개업의는 병원 설비 도입 등을 위해 빌려쓴 돈이 많은 데다 경쟁이 심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라며 체계적 재무설계가 꼭 필요한 계층이라고 지적했다. 성형외과 병원을 개업한 지 1년 된 A씨(38)의 사례를 보자.다소 기복이 있긴 하지만 월 수입은 1400만원,지출은 생활비(350만원)와 주택대출 상환금(145만원)을 합쳐 500만원 정도다. 자산으로는 시가 3억8000만원짜리 아파트와 병원 보증금 1억2000만원이 있고 부채는 아파트담보대출 1억원,병원 시설자금으로 빌린 엔화대출 5억원이 있다. A씨는 현재 특별한 계획없이 쓰다남은 돈을 은행 수시입출금 통장에 넣어두고 있다. 얼핏보면 수입이 많아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파이낸셜플래너들의 시각은 다르다. 실제 IFPK의 최문희 파이낸셜플래너(CFP)는 △5년 후 환율 리스크까지 고려한 엔화대출 상환 방안 △사고나 장해에 따른 재무리스크 완화 방안 △자녀 교육자금 마련 방안 △55세 이후 은퇴자금 마련 방안 등 체계적인 준비가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수입이 많아도 구체적인 자금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돈을 모으지 않으면,상대적으로 높은 생활수준 등을 감안할 때 나중에 큰 곤란을 겪을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김상배 한국재무설계 CFP도 "전문직 종사자들은 대부분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시간이 없어서인지 부동산이나 일반예금,보험 등 한 곳에 돈을 몰아넣어 둔 사례가 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자산 포트폴리오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