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大해부] (8) 서울 노원역..현장르포/'강북의 대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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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중·고생,밤에는 20대들이 모이는 4호선 노원역 대로변에서는 더페이스샵,미니골드,옴파로스 같은 중저가 화장품,액세서리,의류 점포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중형 규모 서점이 두 군데나 있다.
특이하게도 여기 서점의 중·고생 참고서 코너 규모는 다른 지역 서점들의 두 배 정도 된다.
'학원가'로 유명한 노원역의 성격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면도로에는 '밤문화'를 위한 돼지숯불갈비 등의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고,소주 한병에 1000원하는 저렴한 술집이 많아 밤늦게까지 젊은이들로 흥청거린다.
[ 사진 : 서울 노원역 상원은 동북부 지역의 최대 상권이지만 중.고생과 20대가 주고객이라 객단가가 낮은 패션업종, 주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22일 오후 5시.중·고생들이 학원버스에서 쏟아져 근처의 학원 건물로 들어간다.
1년 전 이들을 겨냥해 3000만원을 투자해 코너 자리에 6평 규모의 분식점을 낸 한재호씨(45)는 6개월도 채 안돼 가게를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나와서 떡볶이나 오뎅 등을 사 먹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예상 외로 웬만한 대형 학원에는 매점이 있어 학원생들이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들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원 버스를 타고 바로 집으로 가버리더라고요." 결국 한씨는 가게 문을 닫아야만 했다.
중앙부동산 대표 변충근씨(38)는 "한씨의 가게에는 지금 스티커사진 가게가 들어와 있다"고 했다.
변씨는 노원구가 강북의 대치동이라는 말이 있지만 씀씀이는 약하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 주변 아파트 단지가 소형 평수의 주공아파트인 데다 사교육비 외에는 부모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습니다.
소비 성향이 약해요.
패밀리 레스토랑도 얼마 전에 생겼고 아직 스타벅스나 파스쿠찌 같은 커피 전문점도 없는 곳입니다.
롯데리아 정도가 패스트푸드점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변씨는 노원역이 동북부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권이지만 동시에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원역이 개발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학생 위주의 장사라는 특성 때문에 상권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액세서리나 스티커 사진,속옷,팬시 등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객단가 낮은 점포들만이 몇년째 버티고 있다.
"권리금이 워낙 세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점주의 업종 전환이 상당히 잦은 편이에요.
2년 사이에 세번이나 점포 업종을 전환한 점주도 있습니다.
요즘엔 저가형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가 주류죠."
저녁 6시.지난해 12월에 개장한 와우(wow)쇼핑몰은 이 근방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의류쇼핑몰이다.
그러나 내부는 썰렁했다.
1층을 구경하는 손님들은 주로 중·고생이었으며 그마저도 열댓 명뿐이었다.
130여개의 점포가 있는 1층의 경우 '임대문의'를 내걸고 있는 빈 점포가 20여 곳이나 됐다.
여성 정장을 취급하는 이정화씨(여·33)는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빈 점포가 점점 많아져요.
2층은 3분의 1 정도가 비었을 거예요." 이씨는 자체적으로 세일을 하는 중이었다.
저녁 7시 30분 노원역 2번 출구 화랑예식장 앞.이곳에서 롯데백화점 노원점까지 이어지는 대로변의 중앙로가 노원역 상권에서 권리금 시세가 가장 높은 곳이다.
또한 유명 의류 브랜드와 저가형 화장품 매장 등이 차례로 들어서 있다.
화랑예식장 건물 1층에 위치한 저가 화장품 미샤의 점주 송재훈씨(50)는 "25평인 우리 매장의 경우 권리금 3억원에 월 임대료가 700만원 선"이라며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찾으며 객단가는 8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매출액이 200만원 정도"라며 "2003년 12월 개장 당시만 해도 미샤가 노원역에서 유일한 저가 화장품샵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브랜드들이 6개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털어놨다.
바로 옆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던 정해성씨(21·서울시 창동)와 여자친구 윤수정씨(21·서울시 수유동)는 북부 지역에서 놀 곳은 노원밖에 없다고 했다.
"이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롯데백화점 안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본 다음에 술 한잔하고 가요.
안주 3개에 9900원밖에 안하는 술집이 꽤 많거든요.
싸니까 오는 거죠.소주가 1000원인 곳도 있어요."
정씨는 그러나 "맛있는 집이 드문 것이 흠"이라며 "롯데시네마가 생기지 않았으면 종로까지 나갔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자친구인 윤씨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이 하나도 없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밤 10시. 건너편 9번 출구 앞은 술을 마시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대로변 코너에 위치한 저가형 화장품점 '더페이스샵'에서는 "1원어치만 사도 화장품 파우치를 준다"며 확성기를 들고 호객행위에 한창이었다.
옆 건물 1층에 위치한 10평 규모 김밥전문점 '김가네'의 점주 최상권씨(60)는 "하루평균 손님 수는 200여명에 달하지만 객단가는 4000원도 채 안된다"고 했다.
최씨의 점포는 권리금 2억5000만원,보증금 1억,임대료는 500만원 수준이지만 하루 매출액은 100만원 정도다.
그는 "큰 부침은 없지만 앞으로 확 좋아질 거라는 예상도 안한다"며 "여긴 개발호재 같은 것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가게 앞에서는 대학 동기인 정진명씨(25·서울시 미아동),김경하씨(24·서울시 수유동),임현영씨(25·서울시 중계본동)가 술 약속을 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노원역에 대해 "애들이 많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노원역엔 '삐끼'가 많아요.
길 가는데 옷 잡아 끌면 짜증나죠.비슷한 가게들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변의 호객행위는 요란했다.
이들 옆으로 얼마 전 문을 연 노블레스호텔의 포차나이트에서 북과 장구를 요란하게 두들기고 전단지를 길바닥에 뿌리며 노원역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또한 중형 규모 서점이 두 군데나 있다.
특이하게도 여기 서점의 중·고생 참고서 코너 규모는 다른 지역 서점들의 두 배 정도 된다.
'학원가'로 유명한 노원역의 성격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면도로에는 '밤문화'를 위한 돼지숯불갈비 등의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고,소주 한병에 1000원하는 저렴한 술집이 많아 밤늦게까지 젊은이들로 흥청거린다.
[ 사진 : 서울 노원역 상원은 동북부 지역의 최대 상권이지만 중.고생과 20대가 주고객이라 객단가가 낮은 패션업종, 주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22일 오후 5시.중·고생들이 학원버스에서 쏟아져 근처의 학원 건물로 들어간다.
1년 전 이들을 겨냥해 3000만원을 투자해 코너 자리에 6평 규모의 분식점을 낸 한재호씨(45)는 6개월도 채 안돼 가게를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나와서 떡볶이나 오뎅 등을 사 먹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예상 외로 웬만한 대형 학원에는 매점이 있어 학원생들이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들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학원 버스를 타고 바로 집으로 가버리더라고요." 결국 한씨는 가게 문을 닫아야만 했다.
중앙부동산 대표 변충근씨(38)는 "한씨의 가게에는 지금 스티커사진 가게가 들어와 있다"고 했다.
변씨는 노원구가 강북의 대치동이라는 말이 있지만 씀씀이는 약하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 주변 아파트 단지가 소형 평수의 주공아파트인 데다 사교육비 외에는 부모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습니다.
소비 성향이 약해요.
패밀리 레스토랑도 얼마 전에 생겼고 아직 스타벅스나 파스쿠찌 같은 커피 전문점도 없는 곳입니다.
롯데리아 정도가 패스트푸드점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변씨는 노원역이 동북부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권이지만 동시에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원역이 개발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학생 위주의 장사라는 특성 때문에 상권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액세서리나 스티커 사진,속옷,팬시 등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객단가 낮은 점포들만이 몇년째 버티고 있다.
"권리금이 워낙 세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점주의 업종 전환이 상당히 잦은 편이에요.
2년 사이에 세번이나 점포 업종을 전환한 점주도 있습니다.
요즘엔 저가형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가 주류죠."
저녁 6시.지난해 12월에 개장한 와우(wow)쇼핑몰은 이 근방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의류쇼핑몰이다.
그러나 내부는 썰렁했다.
1층을 구경하는 손님들은 주로 중·고생이었으며 그마저도 열댓 명뿐이었다.
130여개의 점포가 있는 1층의 경우 '임대문의'를 내걸고 있는 빈 점포가 20여 곳이나 됐다.
여성 정장을 취급하는 이정화씨(여·33)는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빈 점포가 점점 많아져요.
2층은 3분의 1 정도가 비었을 거예요." 이씨는 자체적으로 세일을 하는 중이었다.
저녁 7시 30분 노원역 2번 출구 화랑예식장 앞.이곳에서 롯데백화점 노원점까지 이어지는 대로변의 중앙로가 노원역 상권에서 권리금 시세가 가장 높은 곳이다.
또한 유명 의류 브랜드와 저가형 화장품 매장 등이 차례로 들어서 있다.
화랑예식장 건물 1층에 위치한 저가 화장품 미샤의 점주 송재훈씨(50)는 "25평인 우리 매장의 경우 권리금 3억원에 월 임대료가 700만원 선"이라며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찾으며 객단가는 8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 매출액이 200만원 정도"라며 "2003년 12월 개장 당시만 해도 미샤가 노원역에서 유일한 저가 화장품샵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브랜드들이 6개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털어놨다.
바로 옆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던 정해성씨(21·서울시 창동)와 여자친구 윤수정씨(21·서울시 수유동)는 북부 지역에서 놀 곳은 노원밖에 없다고 했다.
"이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롯데백화점 안에 있는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본 다음에 술 한잔하고 가요.
안주 3개에 9900원밖에 안하는 술집이 꽤 많거든요.
싸니까 오는 거죠.소주가 1000원인 곳도 있어요."
정씨는 그러나 "맛있는 집이 드문 것이 흠"이라며 "롯데시네마가 생기지 않았으면 종로까지 나갔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자친구인 윤씨는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이 하나도 없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밤 10시. 건너편 9번 출구 앞은 술을 마시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대로변 코너에 위치한 저가형 화장품점 '더페이스샵'에서는 "1원어치만 사도 화장품 파우치를 준다"며 확성기를 들고 호객행위에 한창이었다.
옆 건물 1층에 위치한 10평 규모 김밥전문점 '김가네'의 점주 최상권씨(60)는 "하루평균 손님 수는 200여명에 달하지만 객단가는 4000원도 채 안된다"고 했다.
최씨의 점포는 권리금 2억5000만원,보증금 1억,임대료는 500만원 수준이지만 하루 매출액은 100만원 정도다.
그는 "큰 부침은 없지만 앞으로 확 좋아질 거라는 예상도 안한다"며 "여긴 개발호재 같은 것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가게 앞에서는 대학 동기인 정진명씨(25·서울시 미아동),김경하씨(24·서울시 수유동),임현영씨(25·서울시 중계본동)가 술 약속을 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노원역에 대해 "애들이 많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노원역엔 '삐끼'가 많아요.
길 가는데 옷 잡아 끌면 짜증나죠.비슷한 가게들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변의 호객행위는 요란했다.
이들 옆으로 얼마 전 문을 연 노블레스호텔의 포차나이트에서 북과 장구를 요란하게 두들기고 전단지를 길바닥에 뿌리며 노원역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