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법 타깃 1100만 불법 체류자는… 美경제 떠받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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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불법 체류를 뿌리뽑기위한 '반(反)이민법(일명 센센브르너 법)'에 반발하는 이민자들의 시위로 갈기 갈기 찢겨지고 있다. 미국 상원 법제사법위원회가 27일부터 이 법안 심의에 들어가 정치권도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에서 추방당할 경우 미국 경제가 곧바로 무너질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들의 경제기여도가 워낙 커 반이민법은 통과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이들을 채용하고 있는 주류사회의 상당수 백인들도 자신들의 사업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우려,반이민법에 반대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미국 경제의 하부구조는 1110만명에 달하는 불법 체류자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인이나 흑인은 물론 합법 체류자들이 꺼려하는 온갖 허드렛일을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도로공사,주택건설,잔디관리,파인애플 및 딸기 수확,음식점 설거지 및 청소,온갖 막노동은 이들의 몫이다.
그것도 의료보험이나 연금 등 아무런 합법적인 혜택을 받지 못한채 시간당 5~6달러의 저임금으로 말이다.
남미의 이민 관계를 연구하는 '퓨 히스패닉 센터'에 따르면 2005년 3월 말 현재 불법 체류자는 1110만명에 달한다.
이 중 725만명이 각종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전체 근로자 1억4860만명의 4.9%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들은 대부분 서비스업(31%)이나 건설(19%),각종 수리(15%) 및 운송관련업종(8%)에서 일한다.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일해야 하는 농업 관련 일에서 불법 체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9%에 달한다.
주택건설 세탁 청소 도로보수 등 각종 잡일을 하는 사람 중 불법 체류자의 비중도 25%를 넘는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이사짐센터나 조경,건설관련 일을 처리하는 사람도 대부분 히스패닉으로 불리는 남미계 불법 체류자들이다.
이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것은 단순히 하기싫은 일을 떠맡고 있는 이상이다.
이들은 신분상 제약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저임금을 받는다.
건설 막노동꾼의 하루 일당은 고작 30~40달러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자리를 못 구해 난리다.
그러다보니 이들의 저임금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도 아니다.
백인이나 흑인들은 실업수당을 타먹을지라도 이들이 맡고 있는 허드렛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어렵게 번 돈 중 상당액을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한다.
620만명의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이 송금하는 돈은 연간 200억달러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 정부와 재계는 이들의 존재를 어떤 식으로든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시 대통령조차 "(불법)이민자들이 경제에 필수적"이라며 "임시 노동허가증을 발급해 최장 6년 동안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초청근로자(Guest Worker)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돌려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보수층은 이들로 인해 국경 안보가 소홀해지고 있는 데다 범죄가 급증하고 있고,주거 환경은 물론 교육 여건도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보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민법 논란은 '이민자 나라'인 미국의 이중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