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지형도가 자산관리 업을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증권업계에선 2∼3년 전부터 '블루오션' 개척이 화두로 떠올랐다. 약정경쟁과 무리한 투자권유로 상징되는 주식중개(브로커리지) 영업에 목을 매던 기존 영업행태를 벗어나자는 취지였다. 증권사들마다 IB(투자은행)와 자산관리영업을 대표적 '블루오션으로' 지목했고, 변신을 선언했다. '브로커리지' 중심의 영업구조를 '자산관리형'으로 전환하는 본격적인 '두뇌싸움'에 나선 것이다. 자산관리는 개인이나 법인 등 고객이 예탁한 돈을 전문 인력이 운용하거나 연관 상품을 소개, 통합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전후 출산 붐과 의학의 발달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음에도 사람들은 돈 불릴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최근 적립식펀드 열풍으로 상징되는 간접투자 붐은 자산관리 성공의 토양이 마련됐음을 보여준다. 브로커리지처럼 시장이 성숙된 레드오션이 아니라는 인식이 심어진 후로도 상당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별로 눈에 띄질 않는다. IB와 자산관리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여전히 보잘 것 없고, 지난해부터 주가가 뛰자 너도나도 브로커리지에 '올인'하는 모습을 재연하고 있다. 하지만 교보증권은 다르다. 브로커리지를 곁눈질하지 않고 IB로 거듭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교보증권은 전체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측면에선 중소형 증권사로 분류되지만,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기업공개(IPO) 승인건수(23건)나 승인율(69.7%)은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해외 CB 및 BW 발행 주선도 업계 수위권이다. 규모가 작은 교보증권이 요란스럽게 IB변신을 선언한 대형증권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다. 교보증권이 IB로 거듭난 배경에는 지난해 취임한 최명주 사장이 교보증권의 미래를 '중소기업형 IB'로 확실히 못 박고 외부수혈까지 감수하며 '파괴적 혁신'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창조'를 뜻하는 크리에이션과 '혁신'을 의미하는 이노베이션을 조합해 만들었다는 '크리베이션(Crevation)'이란 용어는 몇 해 전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크리베이션은 오늘날과 같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고 급격하게 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증권업계뿐 아니라 우리중소기업에도 절실히 요구되는 경영기법이다. 품질은 기본이고 서비스 분야에서도 창조와 혁신을 통해 얼마나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술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창조와 혁신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고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있다. 금융권 '위기관리솔루션'의 국산화를 주도하며 신한은행, 농협, 메리츠증권 등에 자사 제품을 납품하는 (주)피스트글로벌과 연약기반에 강한 '팽이말뚝 기초공법'으로 올해 작년대비 50%의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는 (주)에스트건설 등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또 '전략'과 '디테일'이 녹아있는 CG 3D 건설광고로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는 (주)애드316과 창조적인 크리에이티브로 제작비 이상의 영상물을 제작한다는 호평을 받는 이미지창작밴드 비어는 광고 및 홍보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프로페셔널들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신중함과 과감한 추진력, '야누스의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IT부터 제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산업한국을 견인하는 고성장 유망기업, 즉 '强小' 기업들의 특별한 마케팅현장 속으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