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sangyeolkim@korcham.net > 얼마 전에 '지하철 1호선'이라는 뮤지컬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적이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강렬한 라이브 밴드의 음악,배우들의 열정적인 몸짓과 노래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 작품은 원래 독일 원작인 '리니에 1'(Linie 1)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번안한 작품으로,백두산에서 풋사랑을 나눈 한국 남자 '제비'를 찾아 서울로 온 연변 처녀인 '선녀'가 하루 동안 지하철 1호선에서 부딪치고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이다. 최근 이 작품이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다. 소규모 뮤지컬로는 드물게 12년간이나 장기공연하면서 6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곧 3000회를 돌파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작품은 외국 번안 작품이지만 오히려 독일 중국 일본 등 외국에 진출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지하철 1호선'이 수많은 관객과 함께 장기간 달릴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적 상황에 잘 맞게 번안된 작품 내용,라이브 밴드로 생동감을 주고 외국어 자막 서비스를 제공해 관객 만족도를 높인 점,그리고 6개월마다 공개오디션을 열어 능력 있는 배우를 뽑아 새로운 공연을 선보였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필자는 경제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공연 전문가는 아니지만 '지하철 1호선'이 장기간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었던 원인은 한마디로 경영의 기본원리에 충실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외국 작품을 국내 실정에 맞게 재창조하는 연구개발에 주력했고,다양한 고품질의 서비스와 적절한 인사관리 등을 통해 까다로운 고객의 입맛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세계 경제가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업들이 생산하는 각종 상품들의 운명도 서로 엇갈리고 있다. 1985년 생산돼 국내 승용차 중 최장수 브랜드가 된 현대자동차의 '쏘나타',12년 역사의 삼성전자 휴대폰인 '애니콜',108년 전통의 동화약품 '활명수' 등 성공한 브랜드도 있지만,경쟁에서 도태한 수많은 제품들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시장에서 1~2위를 하지 못하는 제품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1994년 초연 이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공연계에서 보기 드물게 장기공연에 성공하고 있는 '지하철 1호선'이 시사하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된다. 모쪼록 '지하철 1호선'의 성공을 계기로 문화계를 비롯한 우리 산업 전체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미지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만큼 신장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