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시대 영웅 연개소문의 삶을 그린 대하역사소설 '연개소문'(행림출판ㆍ전7권)이 재출간됐다. 이 소설은 중진작가 유현종(67) 씨가 1975-78년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작품. 수없는 외세침략을 겪으며 수모의 역사를 살아온 우리 민족사에서 연개소문은 그 반대로 정복의 역사를 썼던 인물로 그려진다. 소설에서 연개소문은 광개토대제 이후 잃어버린 고구려의 실지를 회복하고, 전쟁의 화근이 되는 중국을 제패하겠다는 대망에 불타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역사속에서 유혈 군사 쿠데타의 주동자, 독재정치, 고구려 천년 사직의 몰락을 가져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가 살았을 때 고구려는 당나라와 대결해 패전한 적이 없었다. 소설에서 그는 중원으로 진출해 가장 큰 영토를 확보한 영웅으로 그려진다. 방영을 앞둔 SBS 대하사극 '연개소문'의 원작소설이다. 이 드라마는 중국의 고구려와 발해사 편입을 위한 '동북공정'이 우리 역사를 왜곡한다는 저항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잇따라 제작되고 있는 고대사 소재 사극 가운데 하나다. MBC는 고구려 창시자 주몽을 다룬 '삼한지', KBS는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조명한 '대조영', 광개토대왕을 주인공으로 삼아 김종학 감독이 제작하는 '태왕사신기' 등이 시청자와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신일고 교사인 박혁문(43) 씨가 2003년 발표했던 대하소설 '연개소문'(중명출판사ㆍ전6권)도 3년만에 개정판으로 재출간됐다. 연개소문과 그의 맞수였던 당태종 이세민, 그리고 선의의 경쟁자였던 고구려 장수 양만춘의 삶을 삼원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중국 역사에서 폄하됐던 연개소문의 참모습을 복원하려 애썼다. 중국의 영웅 이세민을 파멸로 몰아넣자 그의 아들 당고종은 고구려 멸망 후 연개소문을 난폭하여 임금을 죽인 독재자로 왜곡시켰다고 소설은 주장한다.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 신채호가 만주지역에서 채록한 설화에는 베이징 지역에서 아이들이 울 때 연개소문이 온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소설은 이런 설화와 '일본서기' 등에 나타난 관련 자료들을 바탕으로 연개소문의 영웅적 삶을 복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