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까르푸 매각 추진 결과가 곧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인수 후보 업체들 사이에 신경전이 가열되는 형국이다. 인수 희망 가격 제시를 통한 우선협상대상자 `낙착'이라는 중요한 관문을 눈 앞에 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더라도 추가 세부 실사와 협상 등에서 밀고, 당기는 곡절이 있을 것으로 보여 매매 성사까지의 여정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내달 4일 마감될 것으로 알려진 희망 가격 제시 경쟁에서 밀리면 대세를 타지 못할 것이기에, 각 업체는 `당첨권' 까르푸 몸값 저울질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서로 집중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업체들은 최적의 매입가 산정을 통한 실제 인수 성사에 전력 질주하고 있고, 낮은 업체들은 경쟁업체들에 넘어가더라도 톡톡히 대가를 치르고 넘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계산에서, 또는 매각 성사 장기 지연이나 무산이라는 그림을 그리면서 분주히 `작업'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쇼핑 상장 등을 통해 두둑한 `실탄'으로 무장한 롯데와 M&A(인수.합병) `식탐'을 보여온 이랜드를 전자의 후보군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으며, 1등 할인점으로 방어적일 수 밖에 없는 신세계 이마트와 2등으로서 까르푸 향배에 따라 힘겨운 줄타기를 할 가능성이 있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를 후자로 분류하는 견해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확인된 까르푸의 매각 추진 일정을 놓고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 `홈플러스, 까르푸 인수 유력'과 같은 류의 앞서가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을 `까르푸 몸값 올리기' 등과 같은 전략적 의도와 연결지어 보는 흐름까지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이런 기류가 감돌고 있는 가운데 각 업체가 까르푸 몸값을 놓고 막판 주판알 튕기기를 한 결과를 보여주는 수치들이 일부에서 새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랜드는 까르푸의 부동산 가치만 1조5천억원이 된다는 셈을 마친 상태라는 전언이 나돌고 있고, 소주업체 `진로'의 인수전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을 써내 하이트맥주에 고배를 든 롯데는 이러한 `학습효과'로 인해 과감한 베팅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롯데의 보수적 투자 성향에 무게를 더 두고 있는 이들은 "무리한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또 신세계는 1조2천억원 선을 적정가로 매겨 눈치를 보고 있다는 말도 들려온다. 각 업체는 이를 위해 금융권과 컨소시엄을 구성, 공탁금을 포함한 인수 비용 조달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9일 "까르푸의 부동산 가치가 장부상 1조2천억원 가량이나 사실상 1조5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면서 "경매 방식이기 때문에 인수가는 이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까르푸의 국내 투자액은 금융비용 등까지 고려할 때 1조7천억원선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각 업체가 인수가에다 인수 후 점포별로 새 단장하는 비용으로 약 100억원씩 총 4천억∼5천억원을 들여야 하는 점까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감사보고서 기준 까르푸의 토지와 건물 가치는 1조1천948억원이다. 반면 하상민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2004년 감사보고서 기준 자산가치가 1조6천억원이고 연간 매출액이 약 1조5천억원 선이며 영업권 상각까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1조5천억원이 적정가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각 업체는 까르푸가 다른 회사에 넘어갔을 경우의 간접비용 등을 추가해서 금액을 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부 업체들은 까르푸가 거의 이익을 못내고 있는 업체인 만큼 부동산 가치 외에 추가로 값을 더 쳐주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할인점 점포 신설 비용이 서울은 1천억원, 지방은 500억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1조2천억원 이상의 인수가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최윤정 기자 uni@yna.co.kr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