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실전투자대회의 진짜 '대박'은 주최 증권사들에 돌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사들은 고급 승용차 등 고액의 상품을 내걸고 2~3개월 동안 단타매매와 미수거래 경연장을 마련해 100억원대 수수료 수입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개최에 드는 비용은 입상자에게 주는 상금 등을 포함해 대개 5억원 정도여서 증권사들은 대회를 통해 짭짤한 이익을 챙기는 반면 대회참가자들은 주최측에서 일정수준 이상의 회전율을 유도하고 있어 소수의 입상자를 제외하고는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증권사 너도나도 실전투자대회 30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현대증권과 대우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억원대 상품을 걸고 실전투자대회를 열었거나 현재 진행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6일부터 내달 14일까지 '고공비상 실전투자대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우증권은 올해 1월16일부터 3월24일까지 'KML실전투자대회 8회'를 개최했다. 삼성증권도 이달 31일까지로 예정된 'FN실전투자대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SK증권은 4월17일부터 약 8주 동안 `행복날개 실전투자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동양종금증권과 대신증권, 굿모닝신한증권, 교보증권, 한화증권 등도 작년 하반기부터 한 차례 이상 실전투자대회를 개최했다. 증협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매년 1~2회 정도 실전투자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며 "작년 하반기 이후에는 증시가 호황을 구가하면서 개최 건수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고 전했다. 증권사들은 고급 승용차와 수백만원대 상금으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매매 회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고객에게만 입상 자격을 부여, 참가자들의 단타매매를 유도하는 바람에 입상권에 든 일부 투자자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수익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고객 수익률 저조..증권사만 대박 지난해 10월17일부터 12월9일까지 약 8주 동안 진행된 '현대증권 꿈드림 실전투자대회'가 대표적인 사례다. 총 상금 1억2천만원이 걸렸던 이 대회에는 8천929명의 개인투자자(종목 계좌가능)가 참가해 1위 입상자는 627%의 누적 수익률로 고급 승용차 '에쿠스'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이 대회 참가자들의 평균 수익률은 7.9%로 이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 10.7%에 못 미쳤던 것은 물론이고, 개인들이 많이 투자하는 코스닥시장 수익률 23.6%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증권사는 실전투자대회에 참가한 고객들의 폭발적인 단기 거래로 123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김으로써 '진정한 승자'가 됐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주로 기존 고객들이 투자대회에 참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회 개최에 따른 순수한 추가 수수료 수입은 35억원 정도"라고 해명했다. 총 상금 1억7천만원을 걸고 작년 9월26일부터 같은 해 12월23일까지 열린 '한화증권 코리아 스탁 실전투자대회'도 마찬가지다. 1위 입상자는 889.3%의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대회 참가자 평균 수익률은 7.8%에 불과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 수익률 15.6%와 21.34%를 크게 못미쳤다. 한화증권은 대회 기간 참가자들의 주식거래 수수료로 120억원 안팎을 벌어 들인 것으로 자체 집계했다. 올해 들어서는 주식시장이 박스권 장세를 연출하면서 실전투자대회 참가자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현대증권이 지난달 6일부터 개최하고 있는 '고공비행 실전투자대회'에는 이전 대회보다 많은 9천658명이 참가, 이달 28일 기준 평균 수익률이 -4.2%로 제자리 걸음을 한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하회했다. ◆단타매매 부추겨 100억원대 수수료 수입 '꿀꺽' 더구나 실전투자대회는 영업 프로모션 성격이 강한 수익률 대회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회전율을 요구하고 있다. 투자금액이 1천만원이면 대회기간 거래금액은 6천만원 이상이어야 입상 자격이 주어지는 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참가 고객들은 짧은 기간에 수익률을 높이려는 욕심에서 단타매매와 미수거래를 서슴지 않아 오히려 손실을 자초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화증권 관계자는 "투자대회에서도 감리종목이나 관리종목은 수익률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매매 종목에 대한 원칙을 정해놓고 있다"며 "일종의 고객 사은 행사"라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