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 간 유선방송사업자(SO) 인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홈쇼핑업계의 세력판도가 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CJ홈쇼핑과 현대홈쇼핑 등이 그룹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매물로 나온 SO를 잇달아 인수,1위업체인 GS홈쇼핑의 '10년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케이블 채널 배정권 등을 가진 SO는 홈쇼핑 사업의 안정성을 위한 '인프라'로 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정 홈쇼핑회사가 장악한 SO는 채널을 자기 회사에 유리하게 배정하는 반면 경쟁사엔 불리한 채널 배정과 함께 과다한 송출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홈쇼핑의 자회사인 CJ케이블넷은 서울 은평지역과 경기 부천 등을 송출기반으로 한 유선방송사업자 드림시티를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하고 인수절차를 밟고 있다. 전체 케이블TV 가입자가 40여만가구인 드림시티 인수로 CJ케이블넷은 전국 13개 SO를 보유,가입자 수만 200여만가구에 달하는 거대 복수유선사업자(MSO)로 떠올랐다. ◆위협받는 GS '10년 아성' CJ홈쇼핑은 방송의 안정적 송출 및 T-커머스 등 신성장사업 기반을 선점한 것으로 판단,업계 1위 입성을 자신하고 있다. 후발업체인 현대홈쇼핑도 11개 SO를 거느린 계열사 HCN을 후원군 삼아 공격경영을 하고 있다. 우리홈쇼핑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대의 MSO인 태광측이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아직은 최대주주인 경방측과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지만,앞으로 대주주 간 지분정리 등 내부 인수·합병(M&A)이 성사될 경우 업계 세력판도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분석이다. GS홈쇼핑은 지난해 매출(수수료 수입 기준) 5256억원으로 CJ홈쇼핑(4516억원)을 앞지르는 등 아직은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SO 인수경쟁에서 뒤처지면서 1위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희비 엇갈리는 SO인수전 CJ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SO 인수로 엄청난 자산증식 효과도 누리고 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SO 인수 때 가입가구당 자산가치가 지방의 경우 20만~30만원,서울 수도권은 40만~50만원에 불과했지만 MSO 인수경쟁이 불붙으면서 2~3배까지 치솟은 것.이에 따라 CJ홈쇼핑 주가는 작년 말 처음으로 GS홈쇼핑을 제친 뒤 31일 종가기준으론 10만5000원을 기록,9만2000원에 그친 GS와의 격차를 벌려나가고 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유통전문기업을 표방하다보니 CJ쪽보다 SO 인수에 소극적이었고 결과적으로 SO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져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민영상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텐츠의 비교우위를 평가하기 힘든 홈쇼핑사업에서 플랫폼사업자인 SO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는 향후 사업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홈쇼핑사업자는 방송의 안정적 송출을 위해 매년 전국의 SO와 송출수수료 계약을 맺는다. GS,CJ홈쇼핑 등의 경우 송출료로 SO들에 매년 지급하는 액수만 '600억원+알파'에 달할 정도다. 또 T-커머스를 비롯해 디지털 관련 신사업을 추진할 때도 SO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으면 사전 협조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은 물론 시너지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