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45)는 정부가 발표한 '3.30 부동산대책'을 보고 실색했다. 중학생인 딸 교육을 위해 강남 32평 아파트를 9억원에 계약하고 중도금까지 치른 그는 4월 말 잔금을 내야 한다. 잔금 4억원 중 2억원을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연봉이 5000만원인 그는 이번 대책으로 은행 대출을 5000만원밖에 못 받게 됐다. 잔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할 뿐이다. 3.30 대책으로 6억원 이상의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줄면서 강남 진입을 계획했던 상당수 월급쟁이들은 꿈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월급쟁이가 제법 저축을 했다고 해도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2억~3억원의 은행대출은 기본인데,정부가 이 길을 막아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월급쟁이들에게 강남은 진입장벽이 높은 곳이다. 집값도 집값이지만 무거운 보유세 탓이다. '8.31 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가 강화되면서 강남의 30~40평대 아파트를 갖고 있으면 2009년에는 보유세가 연간 1000만원 가까이로 불어난다. 게다가 은행 대출한도까지 줄었으니 월급쟁이들의 강남 진입은 원천적으로 봉쇄된 셈이다.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강남에 세금폭탄 규제폭탄을 쏟아붓는 바람에 소박하게 강남 진입의 꿈을 키워온 월급쟁이들만 유탄을 맞고 있다"(은행원 박모씨)는 하소연이 나올 만하다. 월급쟁이들이 유탄을 맞는 건 이번 만이 아니다. 양극화 대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조원의 양극화 해소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근로소득공제 축소나 맞벌이 부부 추가공제 폐지 등은 모두 월급쟁이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근로소득세는 상위 20%가 90%의 세금을 내기 때문에 세금을 올려도 괜찮다"는 논리를 폈지만 그가 말한 '상위 20%'에는 연봉 3000만원짜리 월급쟁이도 들어가 있다. 전국의 봉급쟁이는 1509만명.전체 근로자의 67%에 이른다. 그런대로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이들이 바로 건전한 중산층의 토대다. 중산층을 육성하는 것이 양극화 해소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그런 중산층 봉급쟁이들이 요즘 정부의 정책 유탄으로 희망을 잃고 있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