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스페셜] 新접대산업이 뜬다 … 밤문화에서 럭셔리 코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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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일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파티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 커플들이 샴페인을 한잔씩 쥐고 '갈라(gala,축제를 뜻하는 라틴어)디너' 행사를 시작했다.
갈라 디너는 고급 요리와 와인,화려한 테이블 세팅에다 음악과 공연이 곁들여진 가운데 귀족처럼 즐기는 최고급 만찬.1인당 28만원이나 되는 이날 행사의 250개 좌석은 대부분 은행 증권 백화점 등의 최고급 VIP 고객들로 채워졌다.
호텔 관계자는 "티켓 판매가 열흘 전에 마감됐지만 추가 구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해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2=지난 9일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 자리잡은 갤러리 루브(Luv).중년 부인 20명이 보이차(윈난성에서 생산되는 중국 전통차) 10대 명인으로 꼽히는 장유파의 다도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강남·서초구 일대 금융권 VIP들로,루브가 한국화 신진작가 초대전에다 명사 강의를 곁들여 은행 PB팀만을 대상으로 '판매'한 특별 프로그램에 참석한 것.미술계에선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4회 동안 발매된 80장의 1인당 7만원짜리 티켓이 한 장도 남김없이 팔려나갔다.
음성적인 형태로 이뤄지던 접대 문화가 '양지(陽地)'로 나오면서 접대 수요를 잡기 위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3만여명의 VIP를 보유한 백화점업계를 비롯 은행 PB팀과 신용카드회사 등이 문화공연 스포츠 외식 여행상품 등 VIP 고객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접대 상품 구매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곳은 호텔업계.1인당 30만원을 넘나드는 고가의 '갈라 디너쇼'가 매번 매진 사례를 내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정은경 롯데호텔 스페셜이벤트 매니저는 "1999년 말 처음 국내에 소개된 갈라 디너는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연말에 한번쯤 있었지만 최근엔 호텔별로 연 4∼5회씩 치를 만큼 트렌드로 정착됐다"며 "전체 판매되는 티켓 중 40%가량은 기업체 단체 참석용"이라고 말했다.
대형 뮤지컬이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며 전년(750억원) 대비 33%가량 성장(삼성경제연구소 추산)한 것도 기업체의 '싹쓸이 구매'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뮤지컬 '프로듀서스'의 경우 지난 30일 현재 전체 판매 티켓 중 5분의 1이 기업체 수요인 것으로 집계됐다.
18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8개월간의 장기 공연을 마친 '아이다' 역시 티켓의 18%가 기업 VIP 고객용으로 팔렸다.
아이다의 제작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업계 처음으로 기업을 겨냥한 상품권을 발행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스포츠 호스피탤리티(sports hospitality·스포츠를 통한 VIP 접대 문화)' 산업도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12∼36인실 기준으로 180만∼240만원(항공권,숙박료 등 제외)인 2006년 독일 월드컵 한국전 스카이박스의 경우 기업들이 VIP 고객이나 거래처 접대용으로 구입해 이미 동이 났다.
관련 기업인 포트투나2002 관계자는 "한 장에 120만원으로 일반 티켓의 10배 정도인 VIP 티켓 역시 절반가량을 기업체가 구매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고급 '접대용 상품'에 목말라하는 것은 고객들의 '안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준영 현대백화점 홍보실 과장은 "100만원짜리 상품권을 주는 것보다 50만원을 들여 제공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VIP 고객에게 더욱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에 따라 올 1월 음식 여행에서부터 패션 제안까지 자체 기획할 능력을 갖춘 생활문화팀을 신설했다.
손병현 갤러리 루브 대표는 "금융권 PB팀들에 미술 전시회와 다도 강연을 결합한 상품을 제시하자 '이런 걸 왜 진작 안했느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PB사업팀장은 "여심(女心)을 잡아야 돈을 잡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아내의 결정력이 커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부부를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상품을 발굴하는 게 PB팀에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접대의 경제학'이 선순환 궤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 외에 마땅한 접대 수단이 없던 기업들에 고급스럽고 '깔끔한' 대안을 제시해주고,문화 여행 음식 등 관련 서비스산업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갈라 디너는 고급 요리와 와인,화려한 테이블 세팅에다 음악과 공연이 곁들여진 가운데 귀족처럼 즐기는 최고급 만찬.1인당 28만원이나 되는 이날 행사의 250개 좌석은 대부분 은행 증권 백화점 등의 최고급 VIP 고객들로 채워졌다.
호텔 관계자는 "티켓 판매가 열흘 전에 마감됐지만 추가 구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해 진땀을 뺐다"고 말했다.
#2=지난 9일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에 자리잡은 갤러리 루브(Luv).중년 부인 20명이 보이차(윈난성에서 생산되는 중국 전통차) 10대 명인으로 꼽히는 장유파의 다도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강남·서초구 일대 금융권 VIP들로,루브가 한국화 신진작가 초대전에다 명사 강의를 곁들여 은행 PB팀만을 대상으로 '판매'한 특별 프로그램에 참석한 것.미술계에선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4회 동안 발매된 80장의 1인당 7만원짜리 티켓이 한 장도 남김없이 팔려나갔다.
음성적인 형태로 이뤄지던 접대 문화가 '양지(陽地)'로 나오면서 접대 수요를 잡기 위한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3만여명의 VIP를 보유한 백화점업계를 비롯 은행 PB팀과 신용카드회사 등이 문화공연 스포츠 외식 여행상품 등 VIP 고객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접대 상품 구매를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곳은 호텔업계.1인당 30만원을 넘나드는 고가의 '갈라 디너쇼'가 매번 매진 사례를 내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정은경 롯데호텔 스페셜이벤트 매니저는 "1999년 말 처음 국내에 소개된 갈라 디너는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연말에 한번쯤 있었지만 최근엔 호텔별로 연 4∼5회씩 치를 만큼 트렌드로 정착됐다"며 "전체 판매되는 티켓 중 40%가량은 기업체 단체 참석용"이라고 말했다.
대형 뮤지컬이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며 전년(750억원) 대비 33%가량 성장(삼성경제연구소 추산)한 것도 기업체의 '싹쓸이 구매'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뮤지컬 '프로듀서스'의 경우 지난 30일 현재 전체 판매 티켓 중 5분의 1이 기업체 수요인 것으로 집계됐다.
18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8개월간의 장기 공연을 마친 '아이다' 역시 티켓의 18%가 기업 VIP 고객용으로 팔렸다.
아이다의 제작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업계 처음으로 기업을 겨냥한 상품권을 발행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스포츠 호스피탤리티(sports hospitality·스포츠를 통한 VIP 접대 문화)' 산업도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12∼36인실 기준으로 180만∼240만원(항공권,숙박료 등 제외)인 2006년 독일 월드컵 한국전 스카이박스의 경우 기업들이 VIP 고객이나 거래처 접대용으로 구입해 이미 동이 났다.
관련 기업인 포트투나2002 관계자는 "한 장에 120만원으로 일반 티켓의 10배 정도인 VIP 티켓 역시 절반가량을 기업체가 구매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고급 '접대용 상품'에 목말라하는 것은 고객들의 '안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준영 현대백화점 홍보실 과장은 "100만원짜리 상품권을 주는 것보다 50만원을 들여 제공하는 여행 프로그램이 VIP 고객에게 더욱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이에 따라 올 1월 음식 여행에서부터 패션 제안까지 자체 기획할 능력을 갖춘 생활문화팀을 신설했다.
손병현 갤러리 루브 대표는 "금융권 PB팀들에 미술 전시회와 다도 강연을 결합한 상품을 제시하자 '이런 걸 왜 진작 안했느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한 시중은행 PB사업팀장은 "여심(女心)을 잡아야 돈을 잡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아내의 결정력이 커진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부부를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 상품을 발굴하는 게 PB팀에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접대의 경제학'이 선순환 궤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룸살롱 등 유흥업소 외에 마땅한 접대 수단이 없던 기업들에 고급스럽고 '깔끔한' 대안을 제시해주고,문화 여행 음식 등 관련 서비스산업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