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미 제너럴 모터스(GM)에 붉은 신호등이 켜졌다. 최대 부품공급업체인 델파이가 미 파산법원에 지난 31일 전미자동차노조(UAW)와의 계약 무효를 요청하면서, 이에 반발한 노조원들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GM은 주당 평균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업이 현실화되면 GM은 불가피하게 북미 지역에서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델파이측은 UAW와의 계약 무효 외에도 GM과의 수익성 없는 계약 거부, 인원 감축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 중으로 파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UAW측은 델파이측의 이런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장기파업 가능성을 밝혔다. UAW는 성명에서 "만약 파산법원측이 계약 무효를 수용할 경우 장기파업을 피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계속할 근거가 사라졌다"고 강경 자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아거스 리서치(AR) 소속 애널리스트인 케빈 타이넌은 "UAW의 이런 자세는 현 단계에서 협상 필요성 자체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두려움이 앞선다"면서 "성명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장기파업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소모적인 장기파업 사태가 발생하면 GM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현금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타이넌은 또 "GM이 생산을 하지 못하더라도 사무직 직원들의 급여, 생산시설 유지비, 전기료 등 간접비용 지출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 뒤, "이런 비용은 판매수익이 아닌 비축금에서 나오는 데다 가동에만 1주일에 10억달러 이상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같은 시각이다. 이들은 높은 인건비와 자재비, 해외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등에 의한 미국시장 점유율 하락, 고가인 레저.스포츠차량(SUV)의 판매 부진 등으로 작년 한해에만 106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GM으로서는 델파이노조의 파업이 발생할 경우 북미 지역 가동과 판매를 중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또 이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상황을 압박할 것으로 이들은 내다봤다. 지난 1998년 델파이 노조의 파업시 GM의 북미 지역 생산시설 가운데 95%가 거의 2개월 동안 가동하지 못했다. 한편 GM의 주가는 1.6% 떨어진 20.72달러로 마감돼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디트로이트 로이터=연합뉴스)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