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관리 하느라 기업들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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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투자수익 확보에 주력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과도한 주주 환원은 투자 부진과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3년 평균 주주환원율 48% 달해
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한전 포스코 현대자동차 SK텔레콤 LG전자 KT KT&G S-Oil SK㈜ 등 10개 주요 상장사는 2003~2005년 총 65조5299억원을 벌어들여 43%인 28조1956억원을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에 사용했다.
자사주 매입이 13조6399억원,배당금 지급은 14조5557억원이다.
또 이들 10개 기업의 주주환원율(자사주 매입금+배당금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평균 내면 순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48.2%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KT&G의 경우 주주환원율이 96.09%에 달했다.
KT의 환원율도 91.86%로 90%를 웃돌았다.
또 SK텔레콤과 S-Oil의 주주환원율은 각각 60.34%와 54.37%로 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줬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3년간 주주 환원에 쏟아부은 자금 규모가 자사주 7조9827억원,배당 3조2846억원으로 1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환원율은 46.20%.
포스코(34.95%)와 현대차(29.31%)의 주주환원율은 30% 안팎이지만 작년 한 해만 놓고 보면 43.5%와 43.3%로 높아졌다.
◆과도한 주주 비위 맞추기 벗어나야
주주 환원 확대는 단기 투자 회수에 집착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환원한 KT&G에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자 아이칸을 지지한 프랭클린뮤추얼측은 '주주 환원을 가속화하기 위해 차입도 적절히 활용하라'고 경영진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한 인수·합병(M&A) 전문가는 "취약한 지배권 때문에 외국인 주주들의 비위를 맞추려다 보니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에 신경 쓰게 된다"며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대규모 이익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도 "주주들의 단기 이익 실현을 위한 과도한 주주 환원은 미래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배당과 이로 인한 주가 상승이 소비와 경기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배당의 상당 부분이 외국인 주주에게 유출되다 보니 주가 상승과 고배당이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는 '부(富)의 효과'가 나타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