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내가 먹어버리면… 고승 법어집 '쥐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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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성한 도리가 쥐가 고양이 밥을 먹은 것이라 했으니 그것이 무슨 소리인가. 쥐란 고양이 밥이니 제가 저를 먹어버렸다는 뜻이다. 일체의 번뇌망상을 일으키는 내 마음을 내가 먹어버렸으니 무엇이 있겠는가. 아무 것도 없다. 내가 공(空)했으니 모든 경계도 공했다. 공만 하나 남았으니 그 공도 떼어버리자. 여지없이 깨달아야지,알면 안된다."
당대의 대도인으로 불렸던 전강 스님(1898~1975)이 1972년 수원 용주사 중앙선원 조실 때 했던 법문이다. 불교신문사가 이처럼 근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고승 33인의 법어와 법문을 모은 책 '쥐가 고양이 밥을 먹다'를 펴냈다. 효봉,경봉,금오,전강,청담 스님 등 입적한 고승과 현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을 비롯해 생존한 고승 등의 생생한 사자후가 담겨 있다.
"이 사바세계를 무대로 잡고 연극 한바탕 멋지게 살라고 하니까 마치 춤이나 추고 노래나 부르고 술이나 먹고 뛰고 굴리는 것이 멋지게 사는 것인 줄 아는데,물질과 사람을 초월한 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이 사바세계를 무대로 잡고 연극 한바탕 잘 하는 사람이다."
통도사 극락선원 조실을 지낸 경봉 스님(1892~1982)은 1978년 4월 법문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그러면서 부모를 공경하고 병든 사람과 빈궁한 사람을 구제하며 우물을 파서 오가는 사람에게 물을 마시게 해주고,다리를 놓아 건너게 하고,길을 닦아 다른 사람이 잘 다니게 하는 것이 복을 짓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286쪽,1만8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