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후반기에 들어선 노무현 대통령의 '재계 껴안기'는 언제까지,어떤 형식으로 계속될까. 노 대통령은 이날 "대한상의 특강에 여기저기서 좋은 반응이 있었는데 4,5월 중 중소기업인들을 대상으로도 특강을 한번 해달라"는 김용구 기협중앙회장의 요청에 "광범위한 주제보다 단일 주제를 선정해 응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배석한 김병준 정책실장에게 바로 지시했다. 기업과 본격적인 소통에 나선 셈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특강 등 '대면 정치'로 성과를 좀 거뒀다. 이날도 이수영 경총회장은 "특강을 다 듣고 신문제목을 보니 그런 내용이 아니었는데,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며 "대통령의 고충을 이해하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그래서 소통과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골프 이야기도 나왔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오찬 초청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 "날이 좋아지면 필드에서 한번 모셨으면 한다"고 재계쪽의 초청의지를 전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날씨가 좋아지면 그때 한번 봅시다"라고 유보적으로 대답했다. 최근 골프파문으로 총리가 낙마하고 청와대 비서관이 물러나는 등 일련의 사건을 염두에 둔 것 같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는 좋았다고 배석한 이병완 비서실장이 전했다. 중식 음식에 반주로 충북 단양군 가곡면의 '한드미 막걸리'가 곁들여졌다. 한드미 막걸리는 바로 전날 노 대통령과 3부요인 및 헌법기관장 간 만찬 때도 올랐던 쌀로 만든 술이다. 모두 '막걸리 맛이 좋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최근 쌀시장 개방 등으로 우리 쌀문제를 고민하던 중 생각난 게 한드미 마을 막걸리"라며 "청와대의 특성은 맛이 없다고 할 때까지 계속 나오는 것이니 앞으로도 이 막걸리가 계속 나올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청와대는 그간 오찬·만찬행사에 반주로 복분자주나 포도주를 주로 썼다. 봄비 때문에 초청자들이 예정했던 청와대 구경을 못하게 되자 노 대통령은 "비 왔으니까 무효"라며 "날이 좋아지면 다시 한번 초청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