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존재했던 가장 큰 육식 공룡은? 정답은 '스피노사우루스'다.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자연사박물관이 이 공룡의 주둥이와 두개골의 화석 일부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몸길이가 17m나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 이슈가 됐다. 이는 대형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몸길이 13m)나 기간토사우루스(몸길이 14m)보다 훨씬 더 큰 것이다. 여기서 가정 하나. 스피노사우르스가 아침잠에서 늦게 깨어났다. 사냥감을 찾아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이때 숲 속에 기다란 동물의 꼬리가 하나 보였다. 공룡은 있는 힘을 다해 그 꼬리를 물어뜯었다. 근데 이게 웬일인가. 공룡의 꼬리부분에서 심한 통증이 몰려오는 게 아닌가. 다름 아니라 공룡이 바로 자신의 긴 꼬리를 다른 동물의 것으로 착각하고 뜯어먹은 것이다. 이는 요즘 '빅 비즈니스'의 한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일화이다. 대기업들은 몸집이 커질 때로 커져 스스로 자기 꼬리를 뜯어먹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동안 빅 비즈니스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스몰 비즈니스'보다 경쟁력이 높았다. 대규모의 자금을 동원, 거대한 플랜트를 짓고 대량생산으로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공룡 전략'은 맥을 추지 못하게 됐다. 몸이 무거워 스피드를 요구하는 정보화시대엔 살아남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달라진 것도 스몰 비즈니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량생산보다는 소량다품종 생산이 유리해진 것이다. 더욱이 중소기업들이 벤처기업화하면서 이들의 경쟁력은 단숨에 대기업의 경쟁력을 뛰어넘었다. 'Small is Powerful'이 된 것이다. 광복이후 지난 60년간 기업 변천사는 치열한 전장이었고, 수많은 기업들이 명멸했다. 맨손으로 시작해 10년 안에 국내 굴지의 그룹이 되기도 했으며, 상당수는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창업보다는 수성이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뼈를 깎는 변신과 이노베이션을 통한 경쟁력 강화 없이는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지난 반세기 기업사의 교훈이다. 삼성의 전신인 제일제당과 쌍용의 모체 금성방직, LG의 토대가 되는 낙희화학도 초기엔 모두가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었다. 이 사업을 모체로 끊임없는 혁신과 다각화를 거듭해 지금은 모두 그룹랭킹 10위 안에 드는 굴지의 기업들이 됐다. 공룡시대는 끝나고 개미군단이 이기는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그저 작다고 설움 받고 작다고 약자가 되던 때는 지나갔다. 오히려 작아야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고 작아야 수요자의 다양한 성향을 다 받아줄 수 있는 시기가 됐다. 이름 그대로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있다. 콤프레서의 기술진화를 이끄는 36년 전통 '名家' (주)엠에스엘콤프레서가 바로 그런 회사다. '명수리 제작사'를 전신으로 하는 이 회사는 공기압축기 분야에서는 박사들도 기술적 자문을 구할 만큼 단단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 상을 탄 성세제 대표는 삼성에서도 기업전략 모델로 연구했을 정도다. 가스절연개폐장치(GISㆍGas Insulated Switchgear) 전문 업체 (주)테크프로도 '기술'과 '품질'이라는 정석으로 승부를 걸어 내수시장을 석권한 케이스다.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CGIS와 MLBS(가스절연부하개폐기)는 현재 전량 한국전력공사에 납품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알루미늄 성형제품 및 건축재, 불소수지 전문도장기업인 (주)풍진화학도 업계를 대표하는 마켓리더다. 23년간 축적된 노하우로 세계적인 도장메이커를 꿈꾸는 (주)풍진화학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의 내실을 다져나가는 '작지만 강한' 기업. 개미기업들이여, 힘을 내자. 이젠 골리앗 기업을 과감히 공략하는 다윗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