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이건희 삼성 회장이 2일 어색한 만남을 가졌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회(ANOC) 총회 개회식에 마련된 별도 환담장에서다. 노 대통령은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에게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협조를 당부하러 갔고 IOC 위원인 이 회장도 행사에 참석하면서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해 5월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대책회의 이후 11개월 만이다.이 회장은 5개월간의 해외체류를 끝내고 지난 2월 입국,사재 8000억원의 사회헌납 방침을 발표한 후 공개적인 장소에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국제스포츠계 수뇌부와 인사를 나누면서 이 회장과도 악수를 했다. 그러나 특별한 대화는 없었다. 다만 이 회장은 노 대통령 등 16명이 둘러앉은 환담테이블에서 이번 ANOC행사에 대해 "다들 잘됐다고 하는데 준비하는 입장에서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삼성측 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이 회장이 오랜만에 만났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서로 할 얘기가 없지 않겠느냐"며 "IOC 위원으로 행사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던 만큼 행사를 끝내고 나오는 이 회장의 모습은 밝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행사 참석으로 이 회장이 대외활동을 재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건강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많이 좋아졌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그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 회장은 또 환담장에서 도영심 외교부 관광스포츠 대사가 "건강해 보인다"고 하자 "2년 만에 보는데 하나도 안 늙었다"고 화답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