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오보'에 멍드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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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ㅇㅇㅇ 회장과 ㅇㅇㅇ 사장을 출국금지시켰다는데?"
"(수사기획관)오보다. 오보 나가면 검찰이 곤혹스럽다."
"(기자)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전반에 대한 수사라는데?"
"(수사기획관)아니다.김재록씨와 연결된 비자금만 보고 있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7층 동쪽 끝에 있는 채동욱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실에서 기자와 검사간 매일 벌어지고 있는 장면이다.
김재록 비리의혹에 대한 언론들의 추측보도가 걷잡을 수 없자 수사책임자인 중수부장과 수사기획관이 직접 나서 보도에 신중을 기해 줄 것을 공개 주문했다.
채 수사기획관은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할 때마다 "지나친 추측은 자제해 줬으면 한다"며 "특정 기업이나 개개인에 대해 실명을 쓰는 건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영수 중수부장(검사장)도 언론의 추측보도와 관련,작심한 듯 한마디 거들었다.
"너무 오보가 많다.검찰에 책임 돌아올 수 있는 오보는 검찰 쪽에 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 관계자는'으로 나가는 오보는 문서로 남기겠다.론스타나 현대차그룹이 궁지에 몰리면 법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
박 중수부장은 최종 목표나 노림수를 두고 수사한다는 세간의 추측도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못을 박았다.
"왜 자꾸 거기(수사목표 등)에 의미를 두나.기업 수사는 말로 하는 수사가 아니다.타깃을 자꾸 생각하니까 오보가 나온다."
언론의 추측보도와 오보는 취재 경쟁에서 비롯됐다.
특정 기업의 운명이나 개개인의 명예가 달려있는 문제인 만큼 검찰의 말처럼 언론 스스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 언론의 추측성 보도와 오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과거 정권때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검찰의 수사관행을 수없이 지켜본 언론들이 경험칙상 이번 검찰 수사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어쩌면'인과응보'인지도 모른다.
검찰 수뇌부는 언론의 오보를 탓하기 전 '그동안 검찰수사 관행에 잘못은 없었을까' 한번쯤 되돌아봤는지 묻고 싶다.
김문권 사회부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