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일 "현대차 수사를 4월까지 끝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히면서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수사 장기화'에 따른 '경영공백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검찰의 속전속결 수사의지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온 현대차그룹은 수사가 5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상경영 대책을 재검토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사 장기화로 대외 신인도가 추락할 경우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영업이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긴박감 속 '휴일 출근령' 현대차그룹은 휴일인 1,2일 대부분의 직원이 정상 출근하는 등 비상체제를 가동했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팀장급 이상 임직원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전원 출근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재경본부와 기획총괄본부,홍보실 등 핵심부서는 전 직원 출근령이 내려졌다. 정몽구 회장은 이날 오후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까지 그룹 수뇌부들과 한남동 정 회장 자택 등지에서 대책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사업 4，5월에 몰려 있는데" 현대차그룹은 사실 검찰이 "현대차 수사는 본류가 아니라 지류일 뿐이며 현대차 전체에 대한 수사는 아니다"라고 언급할 때만 해도 상황 조기 종결에 대한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지류'에서 '본류'로 바뀌고 급기야 지난주 말부터 수사가 확대되고 장기화되는 양상으로 번지자 크게 당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수사가 일찍 끝나 이달 중순 이후의 해외 사업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주말 이후 상황이 바뀌어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전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볼멘 소리도 터져나온다. 그도 그럴것이 현대차그룹의 국내외 핵심 사업일정은 모두 4,5월에 잡혀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말 정 회장과 정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을 가질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이달과 다음 달 중순께로 잡힌 중국 베이징현대차 제2공장 및 현대차 체코 공장 착공식도 '주인없는 잔치'가 될 공산이 크다.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왔던 월드컵 마케팅 활동도 올스톱됐다. ◆국가 대외 신인도에도 불똥 튈라 "그동안 품질경영과 투명경영 이미지를 내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해왔는데 비자금 수사로 도덕성에 흠집이 나면 큰일입니다. 삼성 SK 두산 등이 곤욕을 치른 상황에서 현대차까지 상처를 입으면 한국기업은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해외에 퍼지지 않을까요." 이번 사태가 현대차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단기 수사로 끝날 경우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다음 달까지 두 달 가까이 수사가 진행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수사가 장기화될수록 후유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확산돼 국제사회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되고 이는 곧바로 국가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 사태와 황우석 파문 등으로 가뜩이나 국가 이미지가 나빠진 상황이어서 이번 현대차 사태가 더욱 우려된다"며 "미국 보수 정치인들이 자국 업체인 GM과 포드 등의 위기 타개책으로 현대차 사건을 이용할 경우 그에 따른 유·무형적인 피해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