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용 휴대폰 보급이 본격화하면서 관련 벤처기업들의 매출도 급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사장 고범규)는 창업 5년을 갓 넘겼지만 DMB용 칩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이다.


인티그런트는 세계 최초로 DMB용 휴대폰 핵심 부품인 고주파(RF)칩을 개발했으며 작년에는 위성과 지상파 DMB를 함께 볼 수 있는 듀얼 칩도 처음으로 개발했다.


현재 이 분야에 3∼4개의 후발 업체가 생겼지만 17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인티그런트가 유일하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모든 DMB용 휴대폰 제조사들이 이 회사의 칩을 사용하고 있고 국내 시장점유율은 50% 이상이다.


삼성전자에서 휴대폰용 반도체칩 설계 업무를 맡고 있던 고범규 사장이 회사를 뛰쳐나와 인티그런트를 차린 것은 2000년.


고 사장은 "삼성전자에서의 주업무는 퀄컴이 공급하는 휴대폰 칩셋의 대체품을 개발하는 것이었는데 몇 달간 밤샘 작업으로 겨우 비슷한 제품을 만들면 퀄컴이 다음 날 새 칩을 출시해 우리의 추격을 저지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가 창업 아이템으로 DMB용 휴대폰 칩을 선택한 것도 이런 경험에서였다.


휴대폰 안테나로 방송 신호를 받아 원하는 채널의 방송만 골라내는 고주파 칩은 당시 일본의 도시바가 차량 단말기용으로 생산하고 있긴 했으나 휴대폰용 크기로 작게 생산하는 곳은 없었다.


엄지손톱 3분의 1 크기로 만들어야 하는데 내로라하는 엔지니어들도 개발이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고 사장은 "개발만 하면 수요는 폭발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제품 개발에 매달려 마침내 2003년 결실을 맺었다.


인티그런트의 제품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먼저 달려들었다.


미국 인텔이 2003년 말 투자조사단 일행을 파견한 것.2박3일간 사업계획 재무구조 특허보유 현황 등을 조사한 인텔은 액면가의 20배인 주당 1만원에 200만달러(약 21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일본 벤처캐피털인 JAFKO 등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모두 100억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해 위성DMB사업이 구체화하면서 4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작년에는 지상파 DMB 출범에 힘입어 170억원의 매출(순이익 8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일본 등지에 대한 수출이 늘어 매출이 35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고 사장은 "요즘도 고민은 내년에 나올 신제품 개발"이라며 "이달부터 모바일TV 서비스를 시작,우리 제품을 공급받기 시작한 일본을 비롯해 올림픽 특수가 예상되는 중국 등 해외 지역을 주요 타깃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인티그런트테크놀로지즈는 지난달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며 오는 6월께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