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sangyeolkim@korcham.net > 언제부턴가 주변에서 떠들썩한 환갑연(還甲宴)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졌다. 과거와 달리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환갑은 고사하고 칠순잔치를 여는 것도 어찌 보면 쑥스러운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평균수명 70세를 넘어선 것은 우리에게는 이미 15년 전의 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77.5세에 달한다고 한다. 더군다나 요즘 과학자들 사이에서 평균수명 100세설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는 분위기임을 보면 과연 이제 환갑이라는 나이가 노년층에 속하기는 하는 것인지 의구심마저 든다. 어쩌면 노년층이나 노인에 대한 기준부터 먼저 바꿔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우리사회가 너무 빨리 늙어간다는 걱정도 만만찮다. 불과 20년 후에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post-aged society)에 진입할 전망이라고 한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복지 부담은 증가하고 경제가 활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감의 이면에는 고령화가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오해도 일부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사실 고령화가 생산성 저하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선입견일 뿐이다. 오히려 고령인력의 적절한 활용은 인력난을 해소하고 축적된 지식이나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기업들은 고령인력의 경험과 연륜을 높이 사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가 부럽기만 하다. 미국에서도 얼마 전 자신의 100세 생일날 은퇴한 LA의 한 버스 수리공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 100세 할아버지는 무려 81년간 현장을 지켰고 76년 동안 한 회사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영원한 청춘이요,평생 직업인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주변에도 이처럼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생산현장에서 멋지게 인생을 설계하려는 노년층을 많이 볼 수 있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조용히 여생을 보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인재도 많다. 그러나 이들이 다시 일할 기회를 얻기란 현실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나 기업 입장에서도 이들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 것은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닐 것이다. 모쪼록 앞으로 60대,70대 청년들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능력과 경륜을 맘껏 발휘할 수 있게 돼 고령화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소득 3만달러 시대 달성에도 크게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