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희비가 엇갈렸던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최고경영자(CEO)가 3일 직원들에게 대조적인 행동강령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실 뿌리 통합론과 석공의 마음자세'를 주문한 데 반해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하나의 목표에 연연해하지 않는 유능한 사냥꾼론'을 강조했다. 강 행장은 이날 월례조회에서 "1960년대 말부터 미국 씨티은행이 우리나라에서 수익을 창출했던 사업모델을 이제는 국민은행이 아시아의 신흥 시장에서 시도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수출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금융산업이 해외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은 주로 현지 국내기업이나 교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현지 기업과 현지인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번 통합은 단순히 가지만 접붙이는 것이 아니라 실뿌리 하나까지 접합해 더욱 뿌리 깊고 튼튼한 나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천년이 지나도 웅대하고 장대함을 잃지 않을 대성전을 건설하고 있는 석공의 마음가짐으로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나은행의 김 행장은 외환은행 인수 실패에 대해 "대어를 놓쳐 버린 어부의 심정이지만 유능한 사냥꾼은 사라진 타깃을 빨리 잊어버리고 평안한 마음으로 다른 목표물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LG카드 등 다른 인수·합병(M&A)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김 행장은 "시장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M&A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은행은 80%가 넘는 외국인 주주가 100% 순수 국내 전문경영인들에게 경영을 맡기고 있는 투명경영을 하고 있다"며 "하나은행에 대한 주주와 고객들의 신뢰가 있는 한 하나은행은 결코 M&A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행장은 이어 올해 경영계획을 수정,'시장점유율 2% 증대'를 목표로 하는 확대경영을 선언했다. 그는 "경쟁은행들이 여러 문제로 자기자리 찾기에 급급한 실정이어서 지금이 마켓셰어 확대를 위한 절호의 타이밍"이라고 강조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