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통화 정책에 대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성태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언론과 금융시장을 대상으로 첫 데뷔전을 치렀다. 언론과 금융시장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이 총재의 평소 스타일을 고려해 이날 취임사와 기자간담회에서의 발언이 원론적인 메시지 전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당초 예상을 깨고 가까운 시일 내 콜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발언으로 취임의 변을 대신했다. 최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전날 대비 0.05%포인트 오른 연4.98%까지 치솟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총재가 강조한 향후 통화정책 운용 방향의 핵심은 '선제적 금리 인상'과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로 요약된다. 그는 우선 "최근 미래의 경제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통화 정책이 실기(失機)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세나 물가상승 압력을 100%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금리인상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다 저금리의 폐해를 키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한 셈이다. 이 총재는 금리를 결정할 때 부동산 가격 동향도 비중 있게 고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그는 "작년 말부터 다시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 움직임에 대해 한은도 상당한 우려를 가지고 관찰하고 있다"며 "통화 정책이 잘 되고 있는지 못 되고 있는지 여부는 반드시 물가에만 나타나는 건 아니며 부동산 시장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은이 부동산만 보고 통화 정책을 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부동산이 통화 정책의 상당한 관심사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한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금융시장은 풀이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5월에 기준 금리를 또 한 번 인상하면 한·미 간 금리 격차가 1%포인트나 벌어진다"며 "4월은 다소 힘들겠지만 늦어도 6월까지는 콜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란 게 금융시장의 대체적인 예상"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자신을 금리 인상에 적극적인 '매파' 또는 '강성'으로 평가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과거 통화 정책에 대해 소위 매파적 입장을 취한 것은 그 당시의 상황으로 되돌아가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상황이 달라지면 그 상황에 적합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박승 전 총재에 비해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소신이 더 강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관료 생활 경험이 있는 박 전 총재와 달리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불안과 같은 저금리의 폐해에 대처하는 데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부총재 시절인 2004년 11월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인하 결정을 내렸을 때도 저금리의 폐해를 지적하며 끝까지 금리 동결을 주장,회의록에 '결정에 반대한다'는 소수 의견을 남겼을 정도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날 내놓은 '유럽 주택가격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 몇 년간 당국의 강력한 안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며 "아직은 콜금리가 균형금리 수준보다 낮으므로 집값 문제에 금리 정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