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업무를 대신 맡아 수행하고 있는 각종 공사와 공단,재단 등 정부산하기관들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된 채 방만경영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점사업에 따른 수수료를 과다하게 챙기면서 사업과 무관한 곳에 돈을 쓰는가 하면 일거리는 줄었는데 임금은 오히려 올리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감사원에 따르면 A사의 경우 독점 사업을 수행하면서 수수료를 과다하게 징수,매년 300억원대의 경상이익을 남겨 20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을 적립한 뒤 이 중 1200억원을 임대용 건물을 짓는 데 사용하고 불필요한 해외지사 3곳을 운영하면서 지난해에만 20억여원을 지출했다. 또 다른 B기관도 합리적 기준 없이 과다한 수수료를 책정,총 비용(560억원)보다 훨씬 많은 788억원을 수수료로 징수했다. C기관은 매년 검사수수료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50%에 가까운 임금 인상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나눠먹기식 경영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D기관의 경우 희망퇴직자 67명에게 기본급의 6개월분 이내에서 특별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2년치에 가까운 20개월에 해당하는 희망퇴직금을 주는 등 모두 147억원을 사용했다. E기관의 경우 업무량 감소로 실제 인원이 줄어들었지만 정원은 그대로 유지,인건비 예산을 정원기준으로 편성하는 방법으로 2001년부터 5년간 87억원을 인건비로 추가 집행했다. F사는 2004년 부족한 퇴직급여 충당금 400억원을 은행에서 빌린 뒤 이를 자산을 팔아 갚는 등 사실상 자산매각대금으로 임금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직원들에게 국민연금 지원비 명목으로 현금을 주는가 하면 B학점 이상을 받는 대학생 직원 자녀에게는 모두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산하기관들의 이 같은 방만경영에는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도 한몫을 했다. G사의 경우 사업목적을 완수,폐지하는 것으로 계획됐는데도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원을 80명에서 180명으로 늘리는 등 조직을 키웠다. H사는 고유 사업에 사용해야 할 배당수익금을 인건비와 경상경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아예 별도의 기준까지 마련,이사회에서 이를 그대로 통과시켰지만 정작 주무 부처는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또 다른 기관은 정부의 경영혁신 방침에 따라 매각한 토지대금 183억원을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부지를 사는 데 사용하는 등 '눈가리고 아웅식'의 경영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감사원은 "정부산하 기관들이 과거에 안주한 채 조직을 방만하게 운용하거나 민간부문과 유사한 사업을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등 자율적 혁신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특히 노조의 인사권 관여와 사내복지기금의 과다적립,내부 감사기구의 견제기능 취약 등 구조적 문제점이 큰 것으로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획예산처가 지난해부터 실시한 정부산하기관의 경영성과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