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이 현대차 내부비리 수사로 급속히 비화될 조짐이다. 당초 김재록씨 로비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현대차가 조성한 비자금 부분에 불똥이 옮겨붙었다가 이번에는 비자금과는 무관한 그룹 내부의 비리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대검 중수부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3일 "추가 단서를 포착했다"며 "검찰 수사가 전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채 기획관은 이 '추가 단서'가 현대사옥 인수 등 건축인허가에 연계된 현대차 비자금 사건과 무관한 별 건이라고 전제한 뒤 비자금 수사와 병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파괴력에 있어 비자금에 버금가는 메가톤급임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그룹의 후계구도와 관련된 내부문건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들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현대차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현대차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회계장부와 내부 문건을 확보했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또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사장의 후계승계 전략을 담은 내부 보고서도 입수해 분석 중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동안 검찰이 정 사장이 대주주인 글로비스를 주목해온 것은 사실이다. 글로비스는 순환출자 구조인 현대차그룹의 후계구도와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정 사장이 글로비스같은 개인 계열사를 키워 배당금과 지분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한 뒤 주력 계열사를 매입하면 자연스럽게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현대오토넷을 둘러싼 의혹도 있다. 현대오토넷이 지난 2월 글로비스가 30%의 지분을 갖고 있던 본텍을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흡수 합병하면서 본텍의 평가액을 높게 책정하는 등 정 사장의 자금줄로 거론되는 글로비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한편 지난 2일 정몽구 회장의 갑작스런 출국을 이 '추가단서'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채 기획관은 "정 회장 출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김병일 기자 k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