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에 잠복해 있던 '특수직 연금' 개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인 소견'을 전제로 공론화하긴 했지만,연내 국민연금법 개정을 목표로 삼고 있는 그가 선결과제로 이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특수직 연금 개혁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지 연내 매듭 짓고 나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 장관이 "국민들에게 희생을 바라면서 공직사회가 자기 개혁을 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강조했지만 그의 말대로 정부 안팎에서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 특수직연금 개혁인가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사학연금은 가입자나 연금지급액 규모로는 국민연금에 크게 못미친다.


문제는 공무원이나 군인연금이 이미 기금이 고갈된 상태에서 매년 막대한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연명하고 있다는데 있다. 1993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공무원 연금은 2000년 기금이 고갈돼 올해에만 정부 예산에서 8452억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전체 지출액의 13%를 국민 세금으로 때우고 있는 셈이다.


군인연금은 이미 1977년 기금이 고갈돼 계속 예산지원을 받아왔다.


올해는 1조원 가까이 지원받게 된다. 사학연금은 2026년에나 기금이 소진될 전망이지만 이 역시 국민연금에 앞서 재정개혁의 필요성이 지적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들 특수직 연금들은 국민연금보다 더 후한 소득대체율(가입기간 소득대비 노후에 받는 소득)이나 지급기준이 적용되고 있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란 비난을 받아 왔다.예컨대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가입기간 전체 표준 소득월액의 30%를 연금으로 받지만,공무원들은 봉급이 가장 높은 퇴직전 3년간의 임금을 평균내서 그 50%를 지급받는 식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금융보험학과)는 "정작 급하게 개혁 작업에 나서야 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그대로 놔둔 채 국민연금을 지금 당장 손봐야 한다고 수선을 피우고 있다"며 지적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들 특수직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당장 바꾸지 않으면 향후 5년간 공무원연금에는 9조3000억원,군인연금에는 5조원 등 14조원의 세금이 적자를 메우는데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기획예산처는 2020년께 사학연금마저 적자로 돌아서면 3대 특수직 연금에 투입돼야 하는 재정 규모가 당해연도에만도 6조311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해까지 누적적자를 메우는 데는 무려 120조원이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팔짱만 끼고 있다. 오히려 2000년엔 공무원연금법을 개정해 보험료율은 약간 올리면서 적자가 날 경우엔 국민 세금으로 메우도록 규정화했다. '적정부담,적정급여'로 계속 개혁해나가는 대신 재정건전화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아직 이렇다 할 방안은 없다.


유 장관은 일단 기득권을 보장한다는 전제만 제시했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신규 임용자는 새로 바꾼 지급구조에 의해 보험료와 보험급여를 받고,기존 공무원은 그동안 낸 부분은 그대로 받게 하되,앞으로 낼 돈과 받을 돈은 새로운 규정의 적용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김상호 관동대 교수(경영학)는 "2011년부터 신규 공무원연금 가입자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과 똑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2030년에 가면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아예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