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일부 사업에 차질이 가시화되고 있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기아차는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 들어설 공장의 착공식을 연기해 달라고 조지아주측에 요청했다. 버트 브랜틀리 조지아주 경제개발과 대변인은 애틀랜타 지역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아차측에서 착공식 연기를 요청했다"면서 "공장 설립 자체가 지연되는 것이냐는 물음에 '단지 날짜를 연기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지난달 13일 미국 조지아주와 투자계약서를 체결하고 웨스트포인트시 에 총 12억달러를 투자, 270만평 부지위에 90만평 규모의 공장을 2009년까지 짓기로 하고 26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기아차는 오는 2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우드로 윌슨 국제선터 시상식에 정 회장이 참석 예정인 관계로 시상식을 전후해 공장 기공식 일정을 잡았었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공식 참석 대상과 준비 상황 등에 차질이 있어 연기 여부를 협의해 왔지만 기공식 일정 연기가 결정됐는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 앨라배마주 피닉스의 제프 하딘 시장을 비롯한 현지의 관계 및 경제계 인사들이 방한, 기아차의 납품업체(현대차그룹 계열사)들과 공장 유치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말 기아차측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당초 피닉스시 관계자들은 정몽구 회장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만남을 가져도 이야기가 원만하게 풀려나가기가 어려워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지난주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의 가동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출장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검찰과 협의결과 부정적인 반응을 얻어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현대차는 이달중 중국 베이징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 제2공장 건립을 위한 수순을 마무리해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특별한 진전없이 사실상 신경을 못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수 판매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현대차의 3월 내수 점유율은 49.5%를 기록, 6개월만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고 기아차의 점유율도 2월(25%)보다 떨어진 23.7%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당장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고객의 반응이 점점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서 "특히 어수선한 상황에서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월례 경영전략회의에서 점유율 하락을 질타하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영업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회장은 미국의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의 조지아주 공장 부지 예정지 점검 등을 위해 1주일 일정으로 지난 2일 출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나 이후의 행선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최근 검찰이 정의선 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고 관련회사들을 대상으로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를 확대,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초 일정인 1주일을 넘겨 해외에 장기 체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현대차그룹의 해외공장 건설이나 현대제철의 당진 일관제철소 건립 등의 사업이 잇따라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경영 공백'이 빚어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