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환율이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염려(念慮)스럽다.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달러당 950원대에 진입하면서 8년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엔화에 대한 환율 역시 100엔당 82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원화가 상승가도를 줄달음하고 있는 것은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넘쳐나고 있는 까닭이다. 무역흑자가 지속되면서 수출기업들의 달러화 매도 물량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다 국내주식을 사들이기 위한 외국인들의 달러자금도 대거 밀려들어 원화가치를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속도 조절을 위한 금융당국의 시장개입도 무위(無爲)에 그쳤다고 한다. 문제는 원화가치의 급격한 상승은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기업들의 경영실적을 악화시키고 나아가 국가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는 상장사들의 영업실적만 살펴봐도 뚜렷이 드러난다. 환율하락이 꾸준히 이어진 지난해 534개 12월결산 상장사들은 매출액이 평균 3.9%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9.7%, 순이익은 2.1%의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차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경우엔 원화 가치가 달러당 10원만 올라도 매출 손실이 수천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환율의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더구나 최근엔 다른 경제 여건들까지 좋지 못해 우려가 더하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2달러에 육박해 사상최고치를 경신(更新)하는 등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고 있고 전기동 아연 등 원자재 가격도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리 역시 인상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김재록씨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까지 겹쳐 기업활동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런 상태가 더 이어진다면 겨우 회복조짐을 보이던 경기마저 다시 주저앉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 같은 변수들이 기업활동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외환시장 움직임을 세심히 관찰하면서 환율이 지나치게 급변하지 않도록 면밀한 정책대응을 해나가는 것은 물론 금리 문제도 기업 금융비용 부담이 갑자기 급증하는 일이 없도록 속도조절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김재록씨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수사 역시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