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스타급 배우들을 데리고 수채화 같은 영상을 담아낸 '데이지'에서 전지현은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리는 거리의 화가 혜영으로 등장한다.


170cm가 넘는 늘씬한 키,길게 늘어뜨려 찰랑거리는 생머리의 전지현은 그 자체의 옷걸이만으로도 충분히 멋스럽다.


게다가 화가라는 직업까지 가졌으니 얼마나 멋있을까 보기 전부터 궁금했다.


화가라면 예술작품을 창조해내는 이들이기 때문에 옷도 남들과는 다르게,좀더 패셔너블하게 입을 것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들 중에는 뛰어난 패션감각을 갖고 옷을 잘 입는 '베스트 드레서'들이 많다.


그러나 혜영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행인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개인전을 준비하는 '가난한 화가'였다.


화려한 의상과 첨단 유행을 따라가는 옷을 기대해서는 안 됐다.


물론 혜영은 요란한 차림을 하고 나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가 상당한 패션감각을 지녔다는 인상은 받을 수 있었다.


얼마 안 되는 벌이치고는 갖고 있는 의상 수가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옷을 자주 갈아입었으며,모자와 스카프 등의 소품으로 멋내기를 꾸준히 추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청바지에 티셔츠,그리고 헐렁한 카디건 하나만 걸쳐도 근사한 '패션화보'를 연출해 버리는 예쁜 전지현이기에 그림 그리는 그녀의 모습은 화가보다는 모델에 가까워 보였다.


특히 유화물감이나 목탄가루를 잔뜩 묻힐 것 같은 치렁치렁한 소매를 너풀거리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아슬아슬했다.


아무리 멋내기를 좋아하는 화가라도 작업을 할 때는 그에 맞는 옷차림을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으로 보였다.


'물감이 묻은 앞치마와 토시(원통 모양으로 생겨 팔뚝에 끼는 것으로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아준다)를 착용했다면 더 그럴 듯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유미하(패션칼럼니스트) mihar@magic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