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은 곧 테러다 ‥ '위험한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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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노르웨이에서 출발해 북해 상공을 날던 콘베어 580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위조부품 때문이었다.
규격에서 벗어난 가짜 볼트와 부싱을 사용한 탓에 비행기 꼬리가 잘려 나갔던 것이다.
1990년 아이티에서는 어린이 89명이 부동액이 섞인 엉터리 약을 복용하고 목숨을 잃었다.
1996년 니제르에서는 불량 뇌막염 백신으로 예방 접종을 받은 2500여명이 숨졌다.
2002년 미국에서 체포된 불법 음반 유통자 두 사람이 갖고 있던 DVD와 CD 6만여장은 소비자가격으로 100만달러나 됐다.
오늘날 전 세계 교역량의 7%가 위조품으로 이뤄지며 이를 액수로 환산하면 연간 2500억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위조의 범위와 피해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위험한 가짜'(데이비드 홉킨스 외 지음,이양준 옮김,청년정신)는 이처럼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는 위조의 현주소를 밝히고 위조품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기업과 소비자에게 가하는 '테러'의 참상을 고발한다.
특히 위조가 테러 집단과 범죄 단체의 활동 자금으로 쓰이면서 사회 전체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 10년간 17배나 늘어난 위조 시장.
왜 위조산업은 날로 커지는가.
이 책은 그 이유를 네 가지로 든다.
첨단기술 보급으로 위조가 쉬워졌고 세계화 바람이 위조품 시장을 글로벌화했으며 처벌이 가볍고 범죄조직과 얽혀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 중에서도 전자상거래의 맹점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몇 년 전 월스트리트저널의 '허울좋은 전자 상거래-명품의 최대 적은 인터넷'이라는 기사에서 보듯 1년에 250억달러 이상의 위조품이 온라인상에서 판매되고 있다.
따라서 일부 명품 생산업체 사이트에서는 가짜를 가려내는 방법을 알려주기까지 한다.
'카르티에 시계는 뒷면에 서명이 새겨져 있고 다른 서체로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샤넬 정품은 인터넷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구치 가방은 징마다 로고가 새겨져 있고 모든 제품은 이탈리아에서 만듦으로 메이드 인 인디아 등은 가짜다.'
'정품 루이비통 가방에는 LV마크가 새겨져 있는데 가짜에는 교묘하게 눈을 속이려고 LX마크 등을 넣는다.'
'토미 힐피거는 시계를 제조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토미 힐피거 시계는 모두 가짜다.'
유명패션 브랜드를 모조한 '짝퉁' 명품만 그런 게 아니다.
가짜 의약품과 엉터리 자동차 부품,항공기 부품 등은 생명과 직결된다.
지하경제를 주름잡는 가짜 양주도 우리의 몸을 위협한다.
아이들에게 곧바로 영향을 주는 장난감 또한 치명적이다.
따라서 위조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를 저지하는가가 기업이나 행정당국의 시급한 과제다.
이 책은 기업에 자사 제품의 짝퉁이 나돌면 이를 감추려 하지 말고 실권을 쥔 고위 경영진을 중심으로 대책팀을 마련하라고 권한다.
법기관과 공조하면서 첨단장비를 총동원해 위조의 진원지를 밝히고 원천적인 문제해결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신뢰를 회복하라는 것이다.
320쪽,1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