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9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김재문씨(46·서울 성북구 정릉동)는 요즘 버스 운전기사로 이직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김씨의 한달 수입은 많아야 200만원에 불과하지만 버스 기사는 월급으로 250만원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하루 15시간 가까이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한달 평균 15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갈수록 운전하는 시간만 늘어나고 수입은 계속 줄어 몸만 망가져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때 상한가를 기록했던 개인택시의 인기가 최근 들어 곧두박질치고 있다.

체감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리운전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생긴 데다 택시 수가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택시는 시민 149명당 1대 수준이다.

뉴욕 런던 도쿄 등 해외 대도시의 경우 650명당 1대 수준.

여기에 버스와 지하철의 환승 체계가 구축되고 운행 시간도 연장되는 등 대중교통이 편리해진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시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개인택시당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2004년 13시간에서 지난해 16시간으로 증가했지만 매출은 오히려 5만원 이상 감소했다.

영업 환경도 악화일로에 있다.

LPG 가격은 4년 전 320원대에서 현재 750원대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차량 가격이 오르면서 할부금 부담도 커졌고,보험료와 부품 수리비,세금도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개인택시 운전을 포기하고 직장을 옮기는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 박학조씨(51)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시내버스로 옮긴 동료 기사가 20명쯤 된다"며 "버스회사에 취직만 된다면 당장 개인택시 운전을 그만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쉬는 날마다 대리운전에 나서는 개인택시 기사도 상당수 이른다.

개인택시는 이틀 운행하면 하루를 쉬어야하지만 이 같은 부제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 최모씨(42)는 "대리운전이라도 해야 아이들 학원비를 벌 수 있다"며 "개인택시 좋다는 말은 다 옛날 얘기"라고 씁쓸해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개인택시 면허 신청자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04년 서울시 개인택시 면허 신청자는 2100명으로,전년의 2600명보다 20% 가까이 감소했다.

2001년 8000만원으로 피크에 달했던 개인택시 면허 양도 가격은 점진적으로 하락하다 최근에는 4000만∼50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교통개발연구원 관계자는 "개인택시 면허는 소유자가 사망해도 반납되지 않고 상속된다"며 "서울시가 면허 발급을 남발한 데다 기존 면허도 없어지지 않아 적정 수요를 1만여대 초과하는 3만5000여대의 개인택시가 운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