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잡자니 환율이 걱정 … 한은총재 금리정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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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총재 금리정책 딜레마‥예상외 환율하락 부담
이성태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부동산 가격 불안을 잡으려면 콜금리를 올리는 게 마땅하지만 콜금리 인상이 자칫 환율 하락을 더욱 부추길까 걱정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콜금리 인상은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환율 하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승 전 총재가 작년 한 해 동안 '부동산 가격 급등'과 '경기 부진'이라는 기이한 상황 속에서 콜금리 인상 여부를 고민했던 것과는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가 향후 콜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뚜렷한 시그널을 주지 않은 것도 이런 복잡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에 비춰 보면 경기나 물가는 향후 콜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국제 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좀 높긴 하지만 경기 상승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물가에 대해서도 "큰 어려움 없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놓고는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금통위에서는 부동산 가격 불안 움직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토론했다"며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 동향을 주의 깊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한은이 부동산만 보고 통화 정책을 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부동산이 통화 정책의 상당한 관심사일 수 있다"고 말했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 안정에 강한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는 향후 콜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이 없었다.
이날 채권 금리가 전날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금융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4월 금통위에서 조만간 콜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시그널을 보낼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금융 완화(저금리) 정도를 조금씩 조정해 나간다는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원칙적인 말만 내놨다.
이 총재가 향후 콜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기업들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95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급락세를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
이 총재도 향후 콜금리를 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부동산과 환율 두 가지를 꼽았다.
이 총재는 "부동산과 환율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두 달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당초 한은 집행부는 "보통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그 나라 통화가 절상(환율 하락)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은 채권 시장에 유입되는 달러화보다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달러화가 더 많아 환율이 오히려 절하(환율 상승)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지난 2월의 콜금리 인상을 정당화했었다.
그러나 3,4월 반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던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국내 주식 순매수로 최근 들어 950원대까지 하락하자 한은의 환율 전망 분석은 설득력을 잃어 가는 분위기다.
또 일각에서는 환율 급락으로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콜금리까지 인상되면 기업들이 '이중고(二重苦)'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 총재가 환율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상충적인 요인의 혼재로 통화정책 방향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지혜를 발휘할지 금융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부동산 가격 불안을 잡으려면 콜금리를 올리는 게 마땅하지만 콜금리 인상이 자칫 환율 하락을 더욱 부추길까 걱정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콜금리 인상은 통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환율 하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박승 전 총재가 작년 한 해 동안 '부동산 가격 급등'과 '경기 부진'이라는 기이한 상황 속에서 콜금리 인상 여부를 고민했던 것과는 또 다른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가 향후 콜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뚜렷한 시그널을 주지 않은 것도 이런 복잡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에 비춰 보면 경기나 물가는 향후 콜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 "국제 유가가 당초 예상보다 좀 높긴 하지만 경기 상승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물가에 대해서도 "큰 어려움 없이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놓고는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금통위에서는 부동산 가격 불안 움직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토론했다"며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 동향을 주의 깊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일 취임식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한은이 부동산만 보고 통화 정책을 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부동산이 통화 정책의 상당한 관심사일 수 있다"고 말했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 안정에 강한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는 향후 콜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뚜렷한 언급이 없었다.
이날 채권 금리가 전날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당초 금융 시장에서는 이 총재가 4월 금통위에서 조만간 콜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시그널을 보낼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금융 완화(저금리) 정도를 조금씩 조정해 나간다는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원칙적인 말만 내놨다.
이 총재가 향후 콜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신중하면서도 다소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기업들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950원 선을 위협할 정도로 급락세를 보인 것과 무관치 않다.
이 총재도 향후 콜금리를 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부동산과 환율 두 가지를 꼽았다.
이 총재는 "부동산과 환율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두 달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당초 한은 집행부는 "보통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그 나라 통화가 절상(환율 하락)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은 채권 시장에 유입되는 달러화보다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달러화가 더 많아 환율이 오히려 절하(환율 상승)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지난 2월의 콜금리 인상을 정당화했었다.
그러나 3,4월 반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던 원·달러 환율이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국내 주식 순매수로 최근 들어 950원대까지 하락하자 한은의 환율 전망 분석은 설득력을 잃어 가는 분위기다.
또 일각에서는 환율 급락으로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콜금리까지 인상되면 기업들이 '이중고(二重苦)'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 총재가 환율과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상충적인 요인의 혼재로 통화정책 방향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떤 지혜를 발휘할지 금융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