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불법 체류하고 있는 이민자를 구제하기 위한 미 상원의 이민법안이 지난 7일 부결됨에 따라 이민법 논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불법 체류자 1100만여명의 구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한 이민사회는 "의회의 정치적 술수로 인해 이민법 처리가 표류하고 있다"며 10일(현지시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어서 이민법 논란은 한층 증폭될 전망이다.

부결된 상원의 이민법안은 △5년 이상 불법 체류자(700만명)에 대한 영주권 취득 기회 부여 △2년 이상 5년 미만 불법 체류자(300만명)에 임시 노동비자 발급 △2년 미만 불법 체류자(100만명)의 귀국 조치 등을 골자로 한 공화 민주 양당의 합의안이었다.

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불법 체류자에 대한 '사실상의 사면'에 대해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사면을 골자로 한 이민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지지세를 확산하려는 민주당과 무조건적인 사면에 반대하는 보수계층의 정서를 충족시키려는 공화당의 속내가 달랐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8일 주례 라디오연설에서 "민주당의 지연 전술 때문에 이민법이 처리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합의안의 본질을 훼손하려 한 공화당에 책임이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상원은 앞으로 2주 동안 휴회한다.

따라서 이민법 제정 논의는 일러야 오는 24일부터 재개된다.

새로운 이민법안을 만들려면 다시 법사위원회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찬성을 얻어야 해 논의를 재개하더라도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