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간 '중소기업 대출 전쟁'이 뜨겁다.

'3·30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위축이 불가피해지면서 은행들이 앞다퉈 개인사업자(소호·SOHO) 및 중소기업 상품을 신규 출시하는 등 중기 대출 영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개인사업자에게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대출상품 '소호 서포터스론'을 2조원 한도 내에서 10일부터 판매한다.

이 상품은 신속한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5억원 이하 부동산담보대출은 자동승인 시스템을 적용하며 같은 업종에서 5년 이상 사업한 소호는 최대 0.2%포인트의 금리를 우대한다.

최저금리는 연 5.22%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월평균 카드 매출액의 6배(최고 7000만원)까지 무보증 신용으로 대출해 주는 '소호통장 하나로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소호를 전국 139개 지역과 26개 업종으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소호의 등급을 매겨 대출한도와 금리를 차별화하는 게 특징이다.

신한은행도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계기로 소호사업본부를 신설,소호대출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기업은행은 최근 대기업(구매기업)이 발주하는 즉시 납품 중소기업에 생산자금을 지원한 뒤 납품 사실이 확인되면 대기업의 결제대금에서 회수하는 '플러스 네트워크론'을 출시했다.

은행권이 중기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은 3·30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소호 및 중기의 자금수요는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급증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은행의 여신업무 책임자를 면담 조사해 9일 발표한 '2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중기 대출태도 지수는 32로 1분기(32)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중소기업을 포함해 대기업,가계 등을 포함하는 종합 대출태도 지수가 17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중기대출에 대한 태도가 공격적이란 의미다.

반면 가계 주택자금에 대한 대출 태도지수는 2분기에 -3으로 작년 3분기 이후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대출태도 지수가 플러스이면 대출에 공격적이고,마이너스면 소극적이란 뜻이다.

지난 3월 중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1조1883억원 늘어난 데 비해 중소기업 대출은 3조8688억원 급증,2003년 7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은행권의 중기대출 경쟁이 과열 상태라는 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내수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올 들어 중기대출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경기둔화시 대출금의 조기 회수나 중단에 따른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진모·김동윤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