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미국 판매현황 및 멕시코 생산현장 점검 등 1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비자금 사건'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해외 장기체류 가능성을 일축하고 예정대로 귀국함으로써 조속한 사태 해결의 계기를 마련하고 경영 공백(空白)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이에 따라 검찰수사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식의 수사결과가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지만,그동안의 수사진전 상황을 볼 때 솔직히 걱정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이번 수사가 당초 '김재록 로비의혹'에서 시작됐다가 비자금으로,다시 경영권 승계(承繼)문제로 번지는 등 수사의 목적과 방향이 불분명해지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있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데다,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벌써부터 기업경영이 크게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수사 이후 이미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 착공이 연기된데 이어 현대차의 중국과 체코 공장 기공도 늦추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한다.

대외 이미지 하락으로 국내외 판매신장세가 꺾임으로써 글로벌 경영전략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우려된다.

국내 2위의 그룹으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고 있는 막중한 비중을 감안할 때,이는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지난해의 삼성 수사와 이번의 현대차 수사가 이어짐으로써 앞으로 또 어느 기업이 어떤 사안으로 검찰수사의 표적이 될지 재계가 크게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최근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기업투자 분위기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투자확대가 다급한 마당에 이런 분위기가 우리 경제활력 회복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 경제 환경은 환율급락과 고유가,노동계의 춘투 등 각종 악재가 중첩돼 있는 양상이다.

검찰수사가 불확실성을 키워 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비리를 규명(糾明)하는 것은 당연하지만,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수사를 신속히 매듭짓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