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가 이 딜(deal)을 성공시키기 위해 외환은행보다는 론스타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는 것 같은 의구심이 듭니다."(2003년 8월13일,외환은행 임원 간담회)

"현재 (외환은행) 주가가 오른 상태인데 현 시세를 기준으로 해 거기에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받을지를 고려해 딜을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8월27일,제16차 이사회)

"외환은행 인수권자가 론스타에서 브뤼셀에 위치한 'LSF-KEB 홀딩스'로 변경된 것은 세금(회피) 문제 등이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10월27일 제20차 이사회)

2003년 9월19일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경영권을 넘기기로 결정한 시점을 전후로 열렸던 외환은행 이사회와 임원 간담회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한국경제신문이 그해 7월28일부터 10월27일까지 총 7차례에 걸친 이사회 의사록을 분석해본 결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논란들의 상당 부분은 당시에도 제기됐으며 외환은행 일부 이사들은 매각가격과 방식에 계속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헐값 매각 시비

외환은행 매각을 앞두고 열린 이사회 등에선 당시 주당 4245원으로 결정된 가격에 대한 '헐값 시비'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7월28일 열린 14차 이사회에서 한 사외이사는 당시 론스타가 주당 4000원 미만으로 제안한 것과 관련,"경영권을 수반할 경우 시장 주가에 30% 정도의 프리미엄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 주가가 3850원 수준이므로 5000원 정도는 받을 수 있으므로 액면가 이하 발행 사유와는 거리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달 뒤인 8월25일 열린 15차 이사회에서도 한 사외이사가 "헐값 매각이라든가 혹은 서둘러 매각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개인적인 생각은 (외환은행 가치를) 너무 비관적으로 봤다고 생각한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8월27일 16차 이사회에서도 사외이사 중 한 명이 "8월25일 기준이 아니라 7월28일(론스타를 배타적 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공시한 날) 주가를 기준으로 브랜드 가치 및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정도 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론스타의 투자성격은

론스타는 정부측과 2년간 지분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록업(Lock -up) 기간을 설정했지만 2003년 매각과정 당시에는 '최소한 5년은 외환은행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13일 임원 간담회에서 이강원 전 행장은 "론스타쪽과 얘기를 해보면 재매각은 약 5년 이후라고 말하고 있다"며 "최소한 5년은 가겠다는 것이 (론스타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론스타는 당초 약속을 엎고 외환은행 인수 후 2년이 지나자마자 지난해 10월 말부터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을 벌였다.

○세금회피용 회사 설립

외환은행 대주주인 LSF-KEB 홀딩스는 론스타가 세금을 피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파악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부터 은행 재매각 때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는 뜻이다.

10월27일 열린 20차 이사회에선 외환은행 주식(신주) 인수권자를 '론스타 펀드'에서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LSF-KEB 홀딩스'로 변경하는 안이 승인됐다.

이 과정에서 한 이사가 "이 사람들이 (인수권자를) 바꾸는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가"라고 묻자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외환은행 J 부장은 "상당히 복잡한 구조가 작용한 것인데 주로 세금 문제라든지 그런 것들이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각 사전 승인?

정부는 9월26일 금감위에서 공식적으로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하기 이미 한 달 전 매각을 사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13일 임원간담회에서 모건스탠리측은 "론스타의 자격문제는 금감위에서 사실상 비공식적으로 승인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론스타는 애초 록업(보호예수)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정부의 도움 등으로 2년의 록업을 이끌어냈다"고 말해 매각을 위한 정부의 상당한 지원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이 아닌 론스타의 인수자격 문제에 대해 일찌감치 면죄부를 준 상태에서 매각작업이 진행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유병연·김용준 기자 yooby@hankyung.com